주간동아 561

2006.11.21

뉴욕의 잠 못 이루는 밤

  • 뉴욕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6-11-15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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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차 미국 뉴욕에 와 있다. 뉴욕의 거리는 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낮이면 무표정한 얼굴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밤이면 취객들의 소란이 난무하는 서울 거리와는 확실히 다른 활력과 매력이 살아 숨쉰다. 이곳을 찾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과 뉴요커들은 한데 어울려 풍성한 문화의 향연을 마음껏 즐긴다. 재즈의 고전 ‘Autumn in New York’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저절로 생각나게 하는 늦가을의 센트럴파크는 말 그대로 영화 속 한 장면이고, 존 레논이 살았다는 아파트가 눈앞에 보이는 스트로베리 필드는 지금도 떠나간 영웅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언제나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던 뉴욕의 저력은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오후 3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현장 할인티켓을 구하기 위해 티켓박스 앞에 장사진을 친 사람들의 물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멋들어진 풍경이 되고, 24시간 다니는 전철을 기반으로 귀가의 압박 없이 밤새도록 클럽과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계적인 명물인 야경은 두말할 것도 없고, 뉴욕은 특히 밤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도시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제목의 영화도 있지만, 뉴욕의 밤이야말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표현이 잘 들어맞는다.

    뉴욕은 그야말로 문화의 용광로다. 풍요로운 문화 인프라는 물론이려니와 이를 상품화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적 관점에서도 뉴욕은 부러움 그 자체다. 관광객들은 뉴욕이 준비한 문화의 성찬에 현혹돼 기꺼이 지갑을 연다. 1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광객 수만 무려 350만명이란다.

    보고 들리는 모든 것에 탄성이 절로 나오고 그 모든 것들이 신선한 자극인 와중에도 맨해튼 야경의 중심에서 반짝이는 LG, 삼성의 간판과 YB, 세븐의 뉴욕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더없이 반가운 걸 보면 그래도 역시 나는 한국 사람이다.



    음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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