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9

2006.11.07

실망스런 제이지 공연, 힙합의 한계?

  • 정일서 KBS라디오 PD

    입력2006-11-06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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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망스런 제이지 공연, 힙합의 한계?
    10월2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이지(Jay-Z)의 내한공연은 여러 가지로 기대가 큰 공연이었다. 제이지가 뮤지션으로서뿐만 아니라 유력 레이블 로커펠라의 CEO로 힙합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제이지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연한 힙합 뮤지션 중 최대 거물급 스타였다.

    하지만 정작 팬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제이지 자신보다는 동행한 그의 연인 비욘세(Beyonce)였다. 그녀는 현재 팝 무대에서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별이다. 그녀는 앞선 제이지의 런던 공연에서 예고 없이 무대에 등장하는 깜짝쇼를 연출한 바 있고, 이번에도 공연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팬들은 비욘세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결과적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제이지는 무성의한 태도로 공연에 임하며 대부분의 곡을 메들리로 처리해 의구심을 자아냈고, 공연은 예고보다 훨씬 짧은 80여 분 만에 끝났다. 비욘세 역시 공연장에 나타나긴 했지만 연인의 공연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팬들의 열광적인 요청에도 끝내 무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얘기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나는 한국에서 힙합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물론 요즘은 한국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힙합은 여전히 그리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니다. 미국을 호령하는 힙합 스타들 중에도 국내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이들이 많다. 과거 빌보드 차트는 우리나라의 인기 팝송 순위와 일치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빌보드 차트는 이제 거의 힙합을 비롯한 블랙뮤직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지만 그것이 국내에서의 인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팝으로부터 멀어지고 한국 팝 시장이 점점 위축돼가는 것은 불행히도 미국에서 힙합이 대세를 장악해가는 것과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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