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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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살인범에게 충격의 복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4-11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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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세 살 살인범에게 충격의 복수
    ‘고백’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조건을 여러모로 갖춘 영화다. 충격적인 스토리,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탐미적인 영상, 독특한 극 전개 방식 등.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스크린 밖으로 벗어나 숨을 돌릴 여유를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어느 중학교 1학년 B반 담임 선생님인 유코(마츠 다카코 분)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극히 차분한 어조로 학생들에게 말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들이 우리 반에 있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의 우유에 에이즈에 감염된 피를 넣었습니다”라고. 이전까지 유코가 교실에 없는 것처럼 소란스럽게 떠들고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일순간 얼어버린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오프닝인가.

    유코는 여섯 살짜리 딸 마나미를 잃었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 내렸지만, 사실 유코의 반 학생인 A와 B에 의해 살해됐다. A는 태연하게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한다. 살인 동기는 단순하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었기 때문.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법 41조에 의해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13세인 A는 자신이 청소년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유코는 말한다. “법이 너를 처벌할 수 없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처벌하겠다”라고.

    영화는 독특한 형식을 띤다. 유코의 고백에 이어 범인과 범인의 가족, 같은 반 친구의 고백이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통의 경우 영화가 다양한 인물에 시선을 골고루 안배할 때, 관객은 인물 저마다의 사연에 마음이 누그러지게 마련. ‘고백’은 인물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서술할 기회까지 주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의 고백이 이어질수록 관객은 유코의 편에 서게 된다. 영화는 단호하게 범인들을 단죄한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이 무겁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를 놀라울 정도로 조화롭게 버무려내는 감독의 능력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처절할 정도로 불행한 여인 마츠코의 일생을 한 편의 명랑 뮤지컬처럼 그려낸 연출 솜씨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전작들이 원색의 알록달록한 그림이라면, 이번 영화는 무채색의 수채화에 가깝다. 이토록 빛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부신 장면이 넘쳐난다. 여기에 인물들의 과장된 슬로 모션은 드라마의 비극성을 심화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해맑게 웃으며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거닐 때는 음울하고 몽환적인 전자음악이 흐르고, 친구를 잔인하게 왕따시킬 때는 귀엽고 발랄한 댄스음악이 흐른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기이한 조화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열세 살 살인범에게 충격의 복수
    ‘고백’은 4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올해 열린 제34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은 셈. 이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둔 데는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의 공이 컸지만, 그 외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고백’은 이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마츠 다카코는 물론, 범인 A와 B를 비롯한 1학년 B반 학생 37명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감독의 과한 연출에 평범하게 묻히지도, 과장되게 튀지도 않는다. 영화의 주요 출연진은 13세지만, 영화 등급은 청소년 관람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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