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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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만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 < 김의찬 / 영화평론가 > sozinho@hanmail.net

    입력2004-11-16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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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즈음'에 만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를 볼 때 어떤 점을 유심히 보나요? 메모를 열심히 하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한때는 정말 열심히 메모하면서 영화를 본적도 있다. 인상적인 장면, 대사들을 노트에 따로 꼼꼼하게 적어놓곤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습관이 거의 없어졌다. 메모하는 버릇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는 데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그렇게 약간은 느슨하게 봤다. 음악영화이자 ‘청춘‘에 관한 에피소드를 섞은 영화라 개인적인 취향과도 맞는 터라 공감하면서 봤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삼류‘들의 슬픈이야기다. 가진것도 없고, 별 다른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에 관한 영화다. 나이트 클럽에서 연주하고, 이따금씩 여자들과 불장난을 벌이며 손님들에게, 심지어 종업원에게도 대접받지 못하는 음악인들.

    영화에서 기타를 치는 성우는 1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첫사랑을만난다. 남편을 잃은 그의 첫사랑은 동네에서 트럭을 몰며 채소를 팔러 다닌다. 그런데 두 사람의 결말이 예상 외다. 성우에게 프로포즈를 받을 것이라 예상한 첫사랑은 한마디 대답만 듣는다. ”내 주제에 무슨 …”

    내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인물들이 너무 답답하다. 영화가 지리멸렬하다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 그런데 30대가 된 지금은 좀 다르다. 왜일까? 세상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되풀이 하는 ”사는게 다 그런거지”하는 마법의 주문을 스스로 뇌까리는 나이가 된 탓일까

    요즘 한국영화엔 ‘노스탤지어‘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은 편이다.‘친구‘도 그렇고 ‘와이키키…‘역시 70,80년대 공기를 다시금 관객에세 전달하고 있다. 올드팝과 교복차림, 약간은 우울했던 당시 사람들의 표정까지. 과거를 그린 영화들이 많아진 건 그만큼 우리들이 일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많다는 의미일수도 있다. 우리는 잠깐이나마 스크린으로 과거의 기억과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 때는 참 순수했구나‘‘나에게도 꿈이 있었구나‘라는 상념에 젖으면서, 그런 기억의 흔적들이 우리가 그나마 살아갈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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