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1

2017.03.29

책 읽기 만보

왕세자 시절 배운 위기관리와 탕평정치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3-28 16: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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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제21대 임금 영조 하면 떠오르는 것은 ‘탕평책’과 ‘사도세자’다. 붕당정치로 사화가 끊이지 않던 조정을 탕평책으로 안정시켜 조선 중흥의 기반을 닦은 명군이었으나, 큰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게 한 비정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도 있다.

    그런데 영조가 왕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역경을 겪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저자는 “임금이 되기 전 연잉군 시절의 영조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영조라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조는 숙종의 다섯 아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는 무수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료에 따르면 숙빈 최씨는 궁인일 때 독립된 방이 있었고, 그곳에 왕비의 생일상을 마련했다. 이를 보면 숙빈 최씨는 무수리가 아닌 나인, 즉 내명부 소속의 궁녀였다고 추론할 수 있다.

    영조는 6세인 1699년(숙종 25년) 처음 군(君)으로 봉함을 받아 연잉군이 됐다. 이는 임금의 아들로서 공식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게 됐다는 뜻이다. 7세 때는 종친부 대표가 돼 정치적으로도 남다른 위상을 갖게 됐다. 글쓰기를 즐겼고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숙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그 마음은 집을 마련해준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연잉군은 1712년 19세에 ‘창의궁’으로 나간 뒤 1721년(경종 1년) 28세에 궁궐로 들어올 때까지 10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창의궁에 살던 시기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얻었는데 모두 정빈 이씨에게서 태어났다. 첫딸은 어려서 죽었고 둘째로 얻은 아들이 효장세자인 진종, 셋째로 얻은 딸이 화순옹주다. 창의궁 시절은 원숙한 어른이 되는 시기로 영조가 평생 그리워했다.



    영조가 임금에 오르기 전 가장 극적인 사건은 27세 때 ‘왕세제(王世弟)’가 된 것이다. 세자도, 세손도 아닌 세제, 즉 왕의 동생이 보위를 물려받게 됐다. 이는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노론의 전략이었다. 경종의 생모인 희빈 장씨에게 사약을 내리도록 주도한 노론이 경종에게 뒷날 복수를 당할까 봐 두려워 연잉군이 왕세제로 책봉될 수 있게 한 것.

    경종이 1721년 8월 20일 연잉군을 왕세제로 정하자 이튿날 연잉군은 ‘왕세제라는 위호를 받을 수 없다’며 상소를 올린다.

    당시 노론과 소론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자칫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반대파인 소론과 노론 간 정쟁이 벌어졌고 소론이 득세하면서 노론에 왕세제 책봉의 책임을 묻는 ‘신임옥사’가 벌어졌다.

     이 옥사로 72명이 목숨을 잃었고, 114명이 유배를 갔으며, 연좌제로 처벌받은 사람이 173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시련은 영조에게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궁중 나인의 아들로 궁궐 밖에서 살았으며 무시무시한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그는 위기 극복의 지혜를 배웠고 탕평책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젊은 시절의 격랑이 영조를 권력의 화신과 개혁 군주로 만든 밑거름이 된 것이다.





    성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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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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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은 더럽다 비밀번호에만 때가 묻어 있다/ 초인종에 묻은 지문이 더럽다는/ 말을 할 때마다 마스크의 안쪽이 더러워지는 것을// 매일 딸의 전족을 감는 어머니는 모를 것이다/ 번데기 속의 애벌레가 얼마나 많은 발가락을 잃어버리는지를’(‘흰 글씨로 쓰는 것’ 중에서). 뿌리 깊게 고정돼 있던 언어와 종교, 사랑의 가치를 흔들고 의심하는 시인의 첫 시집.







    히믈러의 요리사
    프란츠 올리비에 지스베르 지음 / 이선화 옮김/
    영림카디널/ 352쪽/ 1만3000원

    프랑스 마르세유의 최고령 요리사 로즈. 105세인 이 할머니는 나이를 속이며 온라인 만남 사이트에서 애인을 찾고, 자신의 레스토랑 ‘라 프티 프로방스’에 온 손님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노년의 삶을 즐긴다. 하지만 그는 항상 권총 한 자루를 품고 다니면서 자신의 인생에 불행을 안겨준 사람을 찾아 피의 복수극을 펼친다.








    김우중 어록 : 나의 시대, 나의 삶, 나의 생각
    김우중 지음/ 북스코프/ 480쪽/ 2만5000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이 말은 지난 반세기 한국이 이룩한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목표를 달성하려는 절실한 마음과 노력, 항상 10년 후를 내다보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기업인이었다. 생존해 있는 마지막 창업 1세대가 이 시대 경영인과 청년에게 생생한 육성으로 조언을 들려준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인플루엔셜/ 264쪽/ 1만4000원

    부모가 노쇠하고 병이 들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 나이 든 부모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담론은 개인을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나이 든 부모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솔직한 식품
    이현승 지음/ 창비/ 240쪽/ 1만4000원

    “산성 식품을 많이 먹으면 산성 체질이 되고 알칼리성 식품을 먹으면 알칼리성 체질이 된다.” 이같이 잘못된 식품 정보가 넘쳐난다. 식품의 어떤 부분은 과장되고 또 어떤 부분은 무시된다. 엉뚱한 내용이 사실로 둔갑하고 위험이 과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한다. 이런 정보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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