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2008.08.19

부동산·증시·금리…한국경제 진단과 처방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www.gong.co.kr

    입력2008-08-13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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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증시·금리…한국경제 진단과 처방

    <b>한국경제의 도전</b><br>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282쪽/ 1만2000원

    ‘이사건이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간혹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여러 번 다룬 주제라 하더라도 왠지 미진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제 문제라면 소홀히 넘어갈 수만은 없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펴낸 ‘한국경제의 도전’은 경제·경영 분야에서 최근까지 일어난 변화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저자들을 대신해 김광수 소장은 서문에서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식과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특히 통찰력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이론 탐구, 그리고 이론과 현실의 상호관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 없이는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가장 기여할 수 있는 점은 그 어려운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본래 이 책은 2007년 7월 말부터 나온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대표작 ‘경제시평’ 가운데 중요한 글을 묶어서 낸 것이다. ‘경제성장과 개혁’ ‘투기와 버블의 세계경제’ ‘선택의 순간’ 등 3부로 구성된 책은 최근의 경제현상 중 신문이나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즉 주가폭락과 한국 부동산시장의 부실 위험, 펀드 투자의 허와 실, 시장금리 급등과 금융시장 동향, 헤지펀드 규제 논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급효과, 주가 전망 등을 다룬다. 여기에 더해 경제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 관심 가질 만한 주제인 두산인프라코어의 49억 달러 M·A, 소니의 부활 가능성 등도 다루고 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번뜩이는 직관력과 통찰력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정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통렬한 진단을 포함한다. 독자들은 저렴한 책값을 지불하고 연구자들의 통찰력을 빌려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 부실 위험’이란 주제의 글은 이 책에 실린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 글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의 잠재적 공급 과잉분은 66만 호, 그리고 이 같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잠재부실 규모는 66조원에서 132조원으로 추정된다. 저자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 계속되는 한 지방 아파트 시장의 불균형 현상이 시정될 가능성은 난망하다고 말한다.

    또 ‘대규모 펀드와 ‘허수’ 주가’라는 글을 보자. 저자는 국민연금이나 대규모 펀드 상품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 즉 주식투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적시에 팔 수 없는 매몰화 상황을 지적한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면 국민연금이나 대규모 펀드는 장부상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증시를 떠받치는 구실을 하게 된다. 반면 외국계 자본은 언제든지 팔고 한국 증시를 떠날 수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국민연금과 대형 펀드들의 주식시장 진출은 처음부터 잃는 게임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저자들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융업의 활발한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일본을 보라! 그곳에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의 과잉 유동성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 예금은행의 총 대출금은 777조원, 반면 총 예금액은 580조원이다. 197억원의 과잉대출을 위해 은행들은 CD와 금융채 발행, 채권 및 주식 매각, 외화 차입 등을 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들은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풍선의 바람 빼는 작업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왔다갔다하는 버블의 악순환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도 버블 붕괴를 비켜간 나라는 없다”고 단언한다. 1~2년 사이에 위기의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는 한국경제에 대한 저자들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업계의 관심사인 자본통합법(자통법)의 도입과 이를 기회로 활용한 금융업의 선진화 작업에 대해서도 저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자통법을 통해 증권사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일반인들의 기대와 달리, 외국의 헤지펀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실증 분석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질서 재편 시기를 2003년으로 잡고 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달러화 거래가 일방적인 패권을 차지하던 시대가 저물고 달러, 유로화가 동거하는 시대가 열렸다. 달러 중심의 일극화 시대에서 달러와 유로가 함께하는 양극화 시대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상황 역시 주택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이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이 힘을 얻는 한, 그 여진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글들도 흥미를 끌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사를 지난해 7월30일자에 인수한 건에 대한 분석 기사가 특히 예리하다. 인수 시기와 인수 자금의 적정성 면에서 미뤄볼 때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샀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작은 연구소지만 탄탄한 분석력을 자랑하는 연구성과들의 값진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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