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2007.05.29

청소부들이 던지는 감동 메시지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5-28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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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부들이 던지는 감동 메시지
    동그란 얼굴, 둥근 코, 동글동글한 초록색 눈의 청소부 아저씨. 그는 날마다 거리에서 표지판을 닦는다. 독일 동화작가 모니카 페트가 쓰고,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그린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풀빛 펴냄)의 주인공이다. 이름도 없는 청소부 아저씨는 바흐,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와 괴테, 실러, 만 같은 작가들의 이름이 붙은 표지판을 닦던 중 문득 자신이 이들의 이름 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날부터 음악 듣기와 책 읽기에 몰입하다 비밀을 발견한 아저씨.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아저씨는 거리 청소를 하는 사다리 위에서 자기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을 강연하는 취미가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파란색 사다리 옆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청소부의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텔레비전에 출연했으며, 네 군데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왔다. 그러나 청소부 아저씨는 다음과 같이 거절의 편지를 쓴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행복한 청소부’는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쉬운 것은 그림책이어서 어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겨울 출간돼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청소부 밥’(토드 홉킨스·레이 힐버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어른들을 위한 ‘행복한 청소부’다. 회사도 가정도 위기에 빠진 로저 앞에 은퇴 후 청소일을 하는 밥이 나타나,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앨리스의 6가지 지침’을 들려준다.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배운 것을 전달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줘라.’ 청소부 밥은 이 6가지 지침으로 로저의 삶을 바꿔놓는다.

    최근 ‘청소’와 ‘마음’을 결합해 기업환경 정비사업을 하는 마쓰다 마쓰히로 씨의 책도 국내에 소개됐다. 그는 ‘청소력-행복한 자장을 만드는 힘’ ‘걸레 한 장으로 인생을 바꾸는 실전 청소력’(나무한그루 펴냄) 등 청소 관련 책만 11권을 냈는데, 그에게 사업의 영감을 준 것도 청소부 친구였다. 잇따른 사업 실패로 술에 찌들어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청소부 친구가 찾아와 걸레를 던지며 한마디 한다. “이게 뭐냐. 방은 내가 치울 테니 화장실은 네가 닦아라.” 1년 만에 걸레를 들고 변기를 잡으며 울었다는 마쓰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마쓰다 씨는 이렇게 청소 예찬을 했다. “청소를 하는 이유는 지나친 욕망의 에너지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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