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9

2007.04.03

“모범생 NO”… ‘나쁜 처세’ 뜬다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7-03-30 18: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범생 NO”… ‘나쁜 처세’ 뜬다
    미국의 컨설턴트 신시아 샤피로의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서돌)이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주 만에 7만 부.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다. 한 온라인서점에는 서평이 43건이나 게재됐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을 보니 출판사의 ‘동원된 주례사’는 아닌 듯싶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의식한 언론 서평도 줄을 이으니 대박이다!

    이 책이 이처럼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직장생활에 대한 통념을 깼기 때문일까?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제 입으로는 말하기 꺼리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속시원하게 내뱉어주었기 때문이다. 완전 대리만족이다. 생각해보라. 설마 능력만 있으면 직장에서 인정받고 무사히 정년퇴직을 할 거라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순진한 새내기다. 직장생활 1~2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능력 위에 ‘백’ 있고, ‘백’ 위에 ‘운’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의 충고 중 하나인 ‘인사고과는 업무 실적과 관계가 없다’를 읽고 빙그레 웃을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이런 충고가 새로울 것도 없다. 2006년에 출간된 페터 놀과 한스 루돌프 바흐만이 쓴 ‘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황금가지)는 회사 안에서는 마키아벨리처럼 행동해야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음이 안 맞는 인재를 슬그머니 제거하라’ ‘사내 동맹은 필수, 외부 인맥은 안전장치’ 등 이 책은 회사의 경영진이라는 사람들이 어떤 생존법칙을 갖고 있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은퇴할 날이 얼마 안 남은 중역들이 먼 미래를 생각할까? 저자들이 주저 없이 ‘늙은 생쥐’라고 부른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사내 파워게임에 몰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자리를 유지하는 데만 전념한다. 결론은 성공하고 싶으면 그들을 믿지 말라?

    2004년 출간된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토마스 슈웨이크 지음, 위즈덤하우스)는 노골적으로 ‘나쁜 처세’를 알려주진 않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한다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눈뜨게 해준다. 그중 하나가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다. 헛된 야망이 오히려 좌절을 부른다는 내용이다. 그 밖에도 ‘내 능력의 1%를 채우는 아부의 심리학’ ‘살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33가지 태클’ 등 기꺼이 ‘나쁜 처세’를 가르치는 책은 많았지만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1년 사이에 독자들의 기호가 달라진 것일까?

    지난해 한국 출판계는 ‘마시멜로 이야기’‘배려’와 같은 우화형 자기계발서가 주도했다. 아무리 스토리가 엉성해도 우화란 딱지만 붙이면 잘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책들은 ‘작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면 성공한다’(마시멜로 이야기),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배려다’(배려)와 같이 착하고 성실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러나 우화형 자기계발서의 붐도 한풀 꺾인 지금, 이제 한국 독자들은 더는 ‘착한 직장인’ 노릇에 싫증이 난 듯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