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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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놀라워라, 100쇄 넘긴 책들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7-06-2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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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놀라워라, 100쇄 넘긴 책들
    일본에서 놀라웠던 일 중 하나는 100쇄 이상 찍은 책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100쇄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2007년에만 조정래의 ‘아리랑’, 안도현의 ‘연어’에 이어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가 100쇄를 넘어섰다. 100쇄란 책을 찍기 위해 100번 인쇄기를 돌렸다는 뜻이다. 단기간에 초대형 밀리언셀러가 된 책도 많지만, 그것과는 다른 의미의 스테디셀러다.

    소설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100쇄를 돌파했고, ‘한강’ 역시 100쇄 돌파를 앞두고 있어 대하소설 3부작이 모두 100쇄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울 듯하다. 이청준 역시 ‘낮은 데로 임하소서’와 ‘당신들의 천국’이 모두 100쇄를 돌파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최인훈의 ‘광장’도 100쇄를 넘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기간에 100쇄를 돌파해 공지영 신드롬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번역 작품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해당된다. 인문서로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시집으로는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100쇄를 넘었다. 100쇄 돌파를 앞두고 있는 책도 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윤흥길의 ‘장마’는 모두 90쇄를 넘은 책으로 100쇄 돌파가 기대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2005년 출간돼 불과 3년 만에 100쇄를 돌파한 책도 있지만 대부분 책들은 출간 후 10~20년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요즘처럼 문화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시대에 100쇄를 기록했다는 점은 책이 지닌 의미가 각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시인 안도현은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까지 동화를 읽다 중학생이 되면 갑자기 어려운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을 읽는 걸 보고 징검다리가 될 만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연어’를 썼다. 출판에서 불모지 중 불모지 또는 계륵으로까지 불렸던 청소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연어’다. 최근 활발하게 출간되는 청소년 문학은 모두 ‘연어’에서 시작됐다. ‘나쁜 어린이표’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 저학년 동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나쁜 어린이표’가 출간되던 1999년 당시 일선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됐고, 대신 스티커 제도가 등장했다. 스티커 제도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 덕분에 책은 출간 첫해에만 10만 부가, 지금까지 60만 부가 팔렸다.

    문화산업 전체의 양극화가 심하다 보니 출판에서도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등장한다. 하지만 얼마나 빠른 시간에 많이 팔릴까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독자들이 책을 사랑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출판정신이 더없이 그리운 때다. 100쇄를 맞은 책들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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