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그림 쇼핑을 안내하다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7-06-13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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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쇼핑을 안내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예술 분야에서 전에 없이 두드러진 책들이 있다. 하나는 사진책이다.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카메라(디카)는 필수품이 됐다. 덩달아 사진촬영법 관련 책이 전문서에서 대중서로 자리를 바꿨다. 사진촬영법 책은 대부분 입문자를 위한 개론서 형식이었다. 하지만 DSLR급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또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DSLR 촬영서에 맞춰 관련 책들도 초급자용에서 중급자용 버전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 하나는 미술작품의 감상을 넘어 그것에 투자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물론 이 흐름에는 미술시장과 독자의 인식 변화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지난 10여 년간 불황을 면치 못하던 미술계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비엔날레 같은 대형 미술행사의 약진으로 동시대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쩍 늘었다. 또한 방학에 맞춰 세계적인 명화로 무장한 특급 전시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전시장에서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술작품을 구입해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시회는 그저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미술작품을 사러 가는 곳이 됐다. 광고에 ‘주식 채권 부동산에 질리셨습니까? 그럼 이제 캔버스에 투자해보세요’ 같은 홍보문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그동안 주로 감상적인 이해를 돕던 미술책에도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미술품 쇼핑과 관련된 책이 바로 그것. 임창섭의 ‘이 그림 파는 건가요?’, 김순응의 ‘한 남자의 그림 사랑’ ‘돈이 되는 미술’, 박정민의 ‘경매장 가는 길’, 이규현의 ‘그림쇼핑’, 박경민의 ‘아트재테크’, 리처드 폴스키의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정윤아의 ‘미술시장의 유혹’ 등이 미술시장을 다룬 책이다.

    ‘그림쇼핑’의 저자 이규현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컬렉팅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미술에 대한 사랑, 둘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 셋째 사회적인 이유 즉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된다는 믿음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피카소의 유화 ‘파이프를 든 소년’은 독점 소유할 수 있다. 게다가 주식에 투자하면 돈이 불어나는 동안 그 돈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미술품에 투자하면 돈이 불어나는 동안 눈앞에 멋진 그림이 걸려 있다.



    단 한 가지, 미술품 쇼핑에 나서기 전 관련서를 먼저 읽어보는 지혜를 잊지 말 것.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5년간 읽은 책이 1000권이란다.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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