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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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도 100만 부 팔린다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7-05-02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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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도 100만 부 팔린다
    어린이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 겨우 20여 년, 하지만 우리 그림책 중에도 100만 부 정도 팔린 그림책이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장수 그림책이 많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어떨까 했는데, 놀랍게도 단권으로 100만 부 돌파를 눈앞에 둔 그림책이 있었다. 1988년 소개된 ‘달님 안녕’이라는 영·유아용 그림책이다. 2007년 안에 100만 부를 돌파할 예정이란다. 합지로 만든 보드북을 합하면 이미 100만 부가 넘었다고 한다. 번역서라 아쉽지만 낱권 그림책이 이 정도로 판매될 수 있다는 건 우리 그림책 시장이 그만큼 외연을 확장했다는 뜻이다. 감개무량하다. 또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의 ‘강아지똥’(1996년 출간)은 60만 부를 기록했다. 국내 창작 그림책 중 최고다.

    오랫동안 꾸준히 팔려나간 그림책 베스트셀러를 좀더 살펴보자. 1993년 출간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60만 부, 1996년 소개된 ‘사과가 쿵’ 50만 부, 이어서 ‘곰 사냥을 떠나자’(1994년), ‘작은 집 이야기’(1993년),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2년) 등도 50만 부가량 판매됐다. 또 ‘무지개 물고기’(1994년)가 30만 부, ‘지각대장 존’(1999년)이 23만 부를 기록했다.

    최근 출간된 그림책 가운데 판매 호조를 보인 책은 2004년 출간된 ‘구름빵’ 정도다. 출간 3년 만에 21쇄, 15만 부를 넘겼다.

    이들 그림책을 살펴보면 일정한 시기에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강아지똥’도 연간 5만 부 정도 판매되던 책이 2002년 무렵부터 10만 부로 늘었다. 또 ‘사과가 쿵’ 역시 2002년을 기점으로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과연 2002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렇다. 인터넷 서점이 비약적 성장을 시작한 원년이다. 1999년 매출 12억원에 불과했던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2000년 150억원, 2001년 482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에 접어들자 매출이 115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2 온라인서점 업계 전체 매출은 무려 300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2년 이후 그림책 시장은 (소수의 그림책만 팔리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유는 인터넷 서점과 추천목록 중심으로 재편된 그림책 시장에서 신간이 주목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그림책은 중산층 이상의 부모를 지지기반으로 삼는다. 그런데 최근 중산층이 경기불안으로 부동산이나 논술 등 보수적인 소비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한 권 사느니 영어학원에 보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책은 진취적 사고를 지닌 부모 세대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나무다. 아직 그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했다. 5월에는 좋은 그림책 한 권씩 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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