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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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주식책, 밀월은 끝났다?

  • 출판 칼럼니스트

    입력2007-02-05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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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와 주식책, 밀월은 끝났다?
    ‘주식책은 주가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게 필자가 알고 있는 주식책의 정설이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99년 코스닥 붐이 일고, 바닥을 치던 주가지수가 600선에 육박하자 ‘주식투자 제대로 알고 하면 진짜 돈 된다’ 등의 주식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끝이다. 2001년 하반기 즈음부터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자 주식책의 활황은 바로 사그라졌다. 주식책은 주가에 살고 주가에 죽는 품목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2007년 주식책 시장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식책이 대거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판매 성적도 좋다. 주식책이 이 정도 호황국면에 접어들면 실물경제는 정점을 넘어서야 마땅하다. 한데 2006년 말 1435포인트까지 올랐던 주가는 1300선으로 내려갔다가 반등하며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가와 주식책의 오랜 밀월관계가 무너졌다는 소리다. 주식책 시장의 홀로서기는 몇 가지 이유에서 살필 수 있다. 첫째는 대부분 경제예측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향후 10년 이내에 부동산 불패신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부자경제학’을 쓴 박경철 씨는 주택공급 부족분이 해결되고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면 전체적인 부동산의 부가가치는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보다는 금융자산의 가치에 주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며, 이제 주식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수익률이 아니라 자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주식책이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단기매매와 일확천금의 성공신화가 아니라 가치투자에 관한 책들이 대세다.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이 쓴 ‘강방천과 함께 하는 가치투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가 쓴 ‘이채원의 가치투자’, 고대가치투자연구회의 ‘워렌 버핏처럼 분석하고 존 네프처럼 투자하라’, 시가로 100억원 이상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슈퍼개미 박성득의 ‘슈퍼개미 박성득의 주식투자 교과서’ 등은 하나같이 철저한 가치투자 교과서들이다.

    가치투자란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가치투자의 할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가치투자의 현대적 아버지인 워렌 버핏의 책들이 여러 권 번역돼 선보였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대가라도 번역서라는 거리감은 어쩔 수 없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치주들이나 시장 사정이 우리 독자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국내 저자들의 가치투자 관련서는 다르다. ‘이채원의 가치투자’는 이런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롯데칠성, 태평양, 유한양행, 농심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들부터 한국유리, 리노공업 등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으며 저평가된 가치주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가와 주식책의 동반관계가 깨졌을지는 몰라도 경제 전반에 관한 인식변화와 주식책의 밀월관계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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