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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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출판계 다양성 실종사건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7-01-08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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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공연계에서 뮤지컬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6년 12월에만 무려 40여 편의 뮤지컬이 새롭게 선보였을 정도로 전성시대를 누린다. 영화 역시 호시절이다. 스크린쿼터 논쟁이 있었지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과 ‘왕의 남자’가 버티고 있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뮤지컬이나 영화의 인기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2006년에도 출판계에는 대리번역과 대리집필 의혹, 사재기 혐의, 과도한 이벤트로 인한 출혈경쟁 등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문제작은 없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06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니 오히려 문제가 많아 보인다.

    베스트셀러 100위까지의 목록을 살펴보니 가장 선전한 분야는 경제경영서다. 종합 100위 안에 무려 25권이 포함돼 있다. 종합 1위 역시 자기계발서가 차지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연초부터 우화형 자기계발서 붐을 주도한 ‘마시멜로 이야기’다. 더 놀라운 건 경제경영 분야가 소설과 비소설 분야를 제치고 판매 면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경제경영서가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건 교보문고가 베스트셀러 집계를 발표한 198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소설 분야는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국내소설이 6권, 국외소설이 19권 자리잡았다. 단순 계산하면 국외소설의 파워가 국내소설의 3배에 이르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는 이보다 훨씬 크다. 그나마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순위에 오른 덕에 체면치레를 했다.

    무엇보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인문사회, 정치사회, 교양과학, 예술 등 분야에서 거의 화제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출판이란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으로 삼는 문화산업이지만 출판에서 다양성을 찾는 것은 어느새 천국 가는 일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이, 교육서 분야에서는 ‘부모와 아이 사이’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가 순위권에 있었지만 정치사회, 예술, 과학서 등은 100위권 안에 단 한 권도 진입하지 못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출판사들이 선보이고 독자들이 찾은 베스트셀러란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거나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 돼서 ‘콘디처럼 승리하라’고 부추기는 책들이었건만, 행복해지기는커녕 상대적 박탈감과 출판의 다양성만 앗아간 것은 아닌가 싶다.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20위
    1.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3.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
    4. 해커스 뉴토익 Reading (David Cho)
    5.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6. 배려 (한상복)
    7.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
    8. 긍정의 힘 (조엘 오스틴)
    9.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스님)
    10. 해커스 뉴토일 Listening (David Cho)
    11. 경제학 콘서트 (팀 하포드)
    12.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13.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로렌 와이스버거)
    14. 여자생활백서 (안은영)
    15. 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16. 토마토 베이직 R/C (김지연)
    17.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18.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19. 핑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20. 지도 밖으로 행국하라 (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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