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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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올해의 책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12-26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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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올해의 책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여기저기서 올해의 책을 뽑는다. 이미 ‘TV, 책을 말하다’에서 올해의 책을 발표했고, 출판 관련 단체와 매체들도 선정 작업에 분주한 모양이다. 그래도 가장 흥미진진한 건, 이맘때쯤 내가 읽은 올해의 책을 선정해보는 일이다.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떠올리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곤 하는데, 이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책을 떠올려보니 신진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한 해였다. ‘펭귄뉴스’의 김중혁과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쓴 이기호에게 특히 높은 점수를 줬다. 다재다능한 김중혁의 책을 읽으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감각들이 하나하나 문을 열고 나온다. 좀더 멋지게, 우리가 잊었던 아날로그적 사물들의 정취를 불러일으킨다고 해도 좋지만 아무려면 어떠리. 이기호의 경우 전작인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읽다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은 적이 있는데, 여전히 몸놀림은 날렵했으며 이번에는 아예 근대소설 자체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통에 쿡쿡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유쾌한 글솜씨를 뽐낼 줄 아는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 편이다. 특히 에세이는 하나같이 유쾌한 사람들의 책만 골랐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박찬욱의 책 ‘박찬욱의 몽타주’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 젊은 건축도(오기사)가 쓴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는 소심남의 소심한 장난에 빙그레 웃음이 난다. 80일 동안 미국을 횡단한 기록을 담은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역시 삶의 무게로 어깨가 휘청할 중년치고는 시종일관 스마트하다. 여기에 존 그로건의 ‘말리와 나’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완벽한 리스트다.

    최근 몇 년 동안 읽는다고 읽었지만 일본소설에서 새롭게 이사카 고타로라는 문제의 작가를 만났고, 한동안 그의 출간작을 찾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남쪽으로 튀어’를 쓴 오쿠다 히데오 역시 설렁설렁한 대중작가인 줄만 알았는데, 배포 있는 대중작가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인문서에서는 전봉관 교수의 ‘경성기담’을 빼놓을 수 없다. 출간 시기가 여름이라 ‘기담’이라는 제목을 붙인 듯한데, 오싹오싹 이상이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가르쳐서 그런지, 스토리 구성력이 빼어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감칠맛이 뛰어났다. ‘1920~30년 조선 사람의 사생활’이라는 부제를 달아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천재와 둔재가 아닌 보통 사람을 인문학에 등장시켰다. 또 황광우의 ‘철학콘서트’ 역시 관록이 느껴지는 철학책이다. 마지막으로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도 재미났지만, 양영순의 ‘천일야화’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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