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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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의 재발견 ‘천일야화’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12-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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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만화의 재발견 ‘천일야화’
    얼마 전부터 다시 만화에 재미를 붙였다. 만화 읽기에 불을 댕긴 사람은 역시 강풀이다. 강풀의 ‘순정만화’와 ‘바보’를 단행본으로 읽고 나서는 온라인에 연재 중인 ‘타이밍’을 따라 읽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부터 존경해 마지않았던 허영만의 ‘식객’ 유혹도 뿌리칠 수 없었다. 여기에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까지 합세했다.

    그러나 최근 읽은 만화 중 단연 발군의 화제작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양영순의 ‘천일야화’를 꼽겠다. 양영순의 ‘천일야화’는 왕이 왕비의 부정 때문에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들을 매일 밤 죽이지만, 충직한 신하의 딸인 세헤라자데가 천 일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로 광기를 멈춘다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틀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고전을 작업하는 작가라면 응당 해야 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새로움과 다름을 성취했다.

    사실 ‘천일야화’가 나오기 전만 해도 과연 우리 만화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정적이었다. 학습만화의 성공으로 외형이 커졌지만 상업만화 작가가 모두 학습만화만 그리는 기형적 시장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만화의 90%를 일본만화에 의존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과연 우리가 일본만화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전문잡지, 독자의 성장 그리고 스타작가의 출현이라는 조건을 등에 업고 체계적으로 성장한 일본만화와 달리 우리는 그나마 존재하던 만화잡지도 붕괴했다. 잡지의 성장 없이 장르의 성공이 없음을 역사는 여러 차례 말해왔다.

    하지만 양영순의 ‘천일야화’는 미약하지만 우리 만화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무엇보다 학습만화를 해보자던 출판사의 제의를 자신만의 창작만화로 극복해낸 양영순의 작가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껏 우리 만화가 모든 것을 보고 배운 일본만화와 달리 새로운 장르로 확실히 자리잡은 온라인 만화의 역할과 미학에도 주목하고 싶다. 온라인 만화는 인쇄술의 발명으로 도입된 페이지나 칸의 제한을 넘어, 마치 고대만화처럼 시간의 이동이 공간의 이동을 통해 표현된다.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움직이며 만화를 보자 화면 구성기법이 달라지고 거기에 어울리는 독자적인 연출기법이 생겨났다.

    양영순의 ‘천일야화’가 2006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작업에 대한 찬사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판매는 부진하다. 양영순 하면 엽기·성 등을 다루는 성인만화 작가라는 어설픈 인식이 문제지만, 연재 시 일일 페이지뷰가 30만이었어도 단행본 구매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물론 만화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로 확대되고는 있지만 과거 대본소 만화가 확실한 유통망을 지녔던 것에 비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만화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은 만화책 한 권 사서 보는 일로 해결된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만화책 한 권 사서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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