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8

2006.10.31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의 멋진 실험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10-25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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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의 멋진 실험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된 이후부터라고 하던데, 어린이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필자의 집 근처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실은 내부 인테리어가 변했다. 또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나 파랑새어린이도서관 외에 민간 어린이도서관들이 여럿 눈에 띈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개관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어린이도서관이 수적으로 늘며 어린이도서관 사서를 위한 전문 강좌를 마련하는 등 사서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보인다.

    도서관을 만든다고 하면 늘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게 우리의 도서관 정책이다. 일단 건물부터 짓고 책은 출판사에서 얻고 사람은 이제부터 키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도서관 활동을 해본 이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린이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어린이도서관 사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높다. 이들 나라에서 수여하는 권위 있는 어린이문학상은 매년 전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다. 예를 들어 미국도서관협회는 산하에 어린이도서관협회를 두고, 어린이책 전문 사서들이 심사와 추천 업무를 맡는다. 어린이도서관협회는 그해의 최우수 어린이책을 선정할 때 수상작 몇 편만을 발표하지 않는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이라는 이름으로, 그해 나온 어린이책 가운데 최고라고 판단되는 60~70권의 책을 일정 기간마다 선정하고 발표한다. 이후 미국도서관협회가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총회에 모든 회원이 모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수상작과 영예도서는 상당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뉴베리상이나 칼데콧상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어린이책 전문 사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어린이도서관 분야에서 전문성과 열정을 인정받는 사람들은 공공도서관 출신보다는 민간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최근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출간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박영숙 관장이 대표적이다.

    4~5년 전 용인 수지의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는지 경이로웠다. 게다가 공공도서관도 아닌 민간도서관이었다. 박영숙 관장은 어쩌다가 ‘집 한 채 살 돈’이 생겨 ‘타고난 호기심에 굳은살이 박히기 전에 배우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고 했다. 지하에 40평 공간을 얻어놓고 인테리어를 맡기려다가 ‘그 돈이면 책이 몇 권이야’라는 생각에 직접 도서관을 꾸몄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2000년 개관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큰 배움터’ 노릇을 한 지난 7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보고 있자면 도서관의 역할을 넘어 교육의 본질까지 되새김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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