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2005.09.20

9·11테러 속에서 꽃핀 인간애와 삶의 희망

  • 윤융근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5-09-14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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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테러 속에서 꽃핀 인간애와 삶의 희망
    2001년 9월11일 아침. 세계무역센터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1만4000명 중 어떤 사람은 e메일을 읽고, 업무를 시작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망 좋은 온 더 월드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참혹한 사건이 벌어진 그날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8시46분31초에 북쪽 타워에 항공기가 충돌했고, 16분28초 뒤인 9시2분59초엔 남쪽 타워에도 항공기가 충돌했다. 두 타워의 항공기 충돌 시간차 덕분에 남쪽 타워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남쪽 타워는 충돌 후 57분 만에 무너지고 북쪽 타워는 102분 만에 무너졌다. 한마디로 두 타워의 충돌 시작과 끝이 같았다.

    ‘102분’(동아일보사 펴냄)은 끔찍했던 그날 구조대원 및 생존자와의 인터뷰, 수천 쪽에 달하는 구술 기록, 엄청난 분량의 전화, e메일, 긴급 무전 필사본을 바탕으로 쓰였다. 외부에서 지켜본 시각이 아니라 건물 안 지옥 같은 순간에 있었던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로 뛰어들어 영웅적인 구조 활동을 벌인 사람들이 겪은 감동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다.

    그들 중에는 장애인 친구를 위해 구조를 기다리다 끝까지 운명을 같이한 젊은이, 북쪽 타워 고층에 갇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낸 건설 담당 매니저와 그 동료들, 남쪽 타워 78층에 갇혀 있던 부상자들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소방 지휘관 등이 있었다. 아비규환 와중에도 인간애와 삶의 희망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9·11테러 진상 세 가지를 밝힌다. 첫 번째가 무역센터는 설계(내화력)부터 문제가 있었다. 트러스(truss·직선으로 된 여러 개의 뼈대 재료를 삼각형이나 오각형으로 얽어 짜서 지붕이나 교량 따위의 도리로 쓰는 구조물)를 사용하는 신공법이었음에도 내화 성능시험을 하지 않고 건축했다. 두 번째는 경찰과 소방관은 서로 교신이 되지 않았다. 건물이 무너진다는 소식은 경찰만이 알고 있었다. 세 번째는 항공기 테러는 알 카에다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보잉 707기가 충돌해도 끄덕없다”는 말은 설계 당시부터 9·11 일주일 전까지 무역센터 홍보 관계자들에 의해 공공연히 거론되는 홍보용 멘트였다.



    만약 당신이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9·11테러 4주년을 맞아 책은 예고 없는 재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재난 발생 시 초기대응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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