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7

2012.12.17

너는 아느냐, ‘과학이 국력’인 것을

위대한 과학자들

  • 입력2012-12-17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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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아느냐, ‘과학이 국력’인 것을

    ‘태양계의에 대해 강의하는 과학자’, 라이트, 1766년, 캔버스에 유채, 147×203, 영국 더비 미술관 소장.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는 우리는 나로호 발사에 실패했지만, 북한은 독자적인 기술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성공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로켓은 한 나라 과학기술 수준을 알리는 지표가 될 정도로 현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조지프 라이트 오브 더비(1734~1797)의 ‘태양계의에 대해 강의하는 과학자’는 태양계를 관찰하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다. 붉은색 외투를 입은 과학자가 서서 설명을 하고, 사람들은 불이 환하게 켜진 태양계의를 관찰하고 있다.

    태양계의는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체계에 따라 태양을 가운데 두고 지구의 자전과 공전, 달, 기타 행성의 궤도 및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구다. 그림에 보이는 현대적인 태양계의는 18세기 초반 오레리 백작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영국에서 처음 제작했으며, 천문학이 대중화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후에 천문학 발전에 기여한 오레리 백작의 이름을 따 태양계의를 오레리라고도 부른다.

    태양계를 설명하는 과학자는 더비의 유명한 시계공이자 지질학자인 존 화이트허스트다. 라이트가 그를 모델로 내세운 이유는 우주가 시계처럼 정확히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화면 왼쪽 태양계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소년은 새로운 과학에 대한 귀족들의 교육열을 반영하며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청년은 중산층을 나타낸다.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왼쪽 상단에서 필기를 하는 인물은 페레즈 버뎃이다. 지도 제작자인 그는 천체 운행을 계산하고 있다.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의 과학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공조명의 시각적 효과를 연구하던 라이트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부분 조명을 사용했다.



    오늘날 세계 강국이 주목하는 천문학은 루이 14세가 프랑스 파리에 천문대를 건립(1667~1672)하라고 지시하면서 발전했다. 특히 1668년 아이작 뉴턴(1642~1727)이 1663년 제임스 그레고리가 고안한 굴절 망원경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혁신적으로 발전한다.

    17세기 천문학자를 그린 작품이 얀 페르메이르(1632~1675)의 ‘천문학자’다. 방 안에서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긴 학자가 책상에 기대앉아 손으로 천구의를 돌리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학자는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입었는데, 네덜란드 겨울이 워낙 추워서 17세기 풍속화를 보면 집 안에서도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학자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다. 페르메이르는 인물보다 천문학에 중점을 뒀다. 책상에는 책이 펼쳐졌고, 책상 덮개로 사용하는 양탄자 옆에는 천문관측의가 놓여 있다. 천문관측의는 천체의 각도와 위치를 재는 장치로, 선원들이 항해할 때 별을 관찰하는 중요한 도구다.

    학자가 돌리는 천구의 왼쪽에 큰곰자리가 보이고, 중앙에는 용자리와 헤라클레스자리, 오른쪽에는 거문고자리가 보인다. 별자리는 남자가 천문학자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묘사한 천구의는 1618년 요도쿠스 혼다우스가 제작한 것이다.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은 아드리안 메티우스가 쓴 ‘별들의 탐구와 관찰’이다.

    학자 옆으로 옷장이 있고 벽에는 아기 모세를 발견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 걸렸다. 성경에서 모세의 탄생은 예수의 도래를 예고한다. 이 그림이 새로운 과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옷장에 적힌 로마 숫자는 이 작품을 완성한 날짜다.

    페르메이르는 실내 모습을 정확히 재현하려고 카메라오브스쿠라(암실장치)를 사용했다. 어두운 상자를 이용해 그리고 싶은 상을 평면에 비추고 그 위에 덧그리면 원근감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과학은 천문학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일상까지 바꿔놓았다. 의학,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너는 아느냐, ‘과학이 국력’인 것을

    ‘천문학자’, 페르메이르, 1668년, 캔버스에 유채, 51×45,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왼쪽).‘태양, 탑, 비행기’, 들로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131×132, 미국 버펄로 울브라이트 녹스 아트갤러리 소장.

    생활 속으로 파고든 과학을 그린 작품이 로베르 들로네(1885~1941)의 ‘태양, 탑, 비행기’다. 화면 오른쪽 현란한 색채 중심에 청회색 탑을 높이 세워놓았다. 청회색은 철탑을 의미하는 것으로, 에펠탑을 나타낸다. 에펠탑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프랑스 과학의 힘을 드러내려고 교량 건설 기술자였던 에펠이 설계한 탑이다. 이후 40여 년간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이라는 지위를 누렸다.

    에펠탑 상단 옆에 있는 것은 단엽 비행기다. 1909년 프랑스 항공기술자인 루이 블레리오가 단엽 비행기 블레리오 11호를 타고 37분간 도버해협을 횡단한 것을 나타낸다. 에펠탑 하단에는 프로펠러를 달고 현대 비행기의 시초가 된 블레리오를 그렸다.

    오른쪽 에펠탑 중간에 붉은색으로 그린 회전축은 놀이공원에 있는 대관람차다. 대관람차는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 때 콜럼버스 미국 상륙 400주년을 기념해 처음 선보였다.

    이 작품은 에펠탑과 비행기, 대관람차 3가지 구조물을 통해 현대 과학의 발전을 보여준다. 들로네는 입체파 영향을 받아 구조물을 각도에 따라 분해하거나 재구성하는 기법을 썼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다. 기초가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북한보다 로켓기술이 5~6년 뒤진 이유는 기초과학을 등한시해서가 아닐까.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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