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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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상태의 열정, 현대미술의 자양분

  •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입력2006-08-30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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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각 상태의 열정, 현대미술의 자양분

    조르다노 브루노

    현대미술이 고전미술의 유산 가운데 가장 세심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꼽는다면 바로 ‘자각 상태의 열정’일 것이다. 예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사랑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궁구(窮究)하는, 나아가 세계의 의미를 예견하고 재창조하는 열정이다.

    이러한 열정은 사실상 ‘한계 없는 눈’, 혹은 ‘금기 없는 눈’을 길러내기 때문에 종종 억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한계 없는 눈은 적절한 수준의 양식 혹은 지식을 결여할 경우 ‘방종한 눈’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방종한 눈과 한계 없는 눈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16세기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세계의 잠재적 복수를 주장하다가 가톨릭교회에 의해 불타 죽었다. 그는 ‘영웅적 열정(De Gli Eroici Furori, 1585)’이라는 책에서 두 종류의 열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우리를 짐승과 같은 상태로 이끄는 것이며, 또 하나는 ‘어떤 신성한 추상성’에 걸맞은 영혼의 성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후자는 탁월한 인간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신이나 성령이 깃들어 자신이 무엇을 하거나 말하는지 모르는 채 고귀한 행동을 하고 훌륭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성향,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늘 자각하면서 반성 및 관조에 능숙하도록 성장해 수용자와 매개자가 아닌 진정한 장인이자 창조자가 되는 성향이다.

    브루노가 그의 책에서 다룬 주제는 바로 장인이자 창조자로서의 열정이다. 영감을 부여하는 주체만큼이나 이를 경험하는 주체(장인이자 창조자)도 영웅적이다. 그는 이러한 열정이 그 자체로 고결하고 다다르기 어려운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지식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지적인 사랑은 영웅적인 정열이다.



    마찬가지로 ‘자각 상태의 열정’에서 생겨나는 ‘한계 없는 눈’은 열정과 지식의 두 축으로 이루어진 현대미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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