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표현의 폭 넓힌 설치미술

  •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입력2006-05-10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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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폭 넓힌 설치미술
    현대미술에서 대중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설치미술’이다. 설치미술은 마르셸 뒤샹에 의해 시작됐다. 1917년 뉴욕에서 열린 ‘인디펜던트 쇼’에 소변기를 전시한 ‘샘(Fountain)’이 최초의 설치작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38년에 열린 파리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에서 1200개의 석탄자루를 천장에 매단 것이 본격적인 설치미술의 효시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술작품은 주로 벽에 거는 평면 작품 ‘타블로(Tableau)’나 받침대 위에 올려놓는 조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으므로 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거나 무대장치처럼 보이는 작품들이 미술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느 시대나 미술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인 여론(doxa)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미술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사물이라는 뜻의 ‘오브제’라는 명칭으로 70년대의 개념미술가들이 파격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였으나 당시에는 ‘설치미술’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마이클 프리드라는 비평가에 따르면 설치미술은 ‘극장성(theatricality)’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작품의 주변 공간이 단순히 객관적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의 해석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인 것이다. 그는 관객의 해석이 주도성을 띠기 위해서는 작품이 최소한의 제시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것은 당시에 시작된 ‘미니멀리즘’을 규정하는 주요한 기준이 됐다.

    분명한 것은 미술작품의 생산과 수용에서 설치미술의 등장이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술에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표현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제 필요한 일은 그것을 어떻게 문화재로서 소장 가능한(collectable) 형태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문제 역시 상당 부분 해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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