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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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 돋보이는 과감한 일탈

‘B Side’展 & ‘점프 컷’展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입력2008-10-01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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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정신 돋보이는 과감한 일탈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 임민욱의 설치작품 ‘한강의 기적’.

    예술가라고 하면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매일 변화를 시도하며 ‘일탈의 삶’을 살아갈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나름의 생활 패턴과 함께 고유한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 가지 이슈를 물었다 하면 몇십 년 동안 해당 분야의 자료를 철저히 수집하는 것은 물론, 학자 못지않게 심도 깊은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예술’이라는 것이 천성에서 직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물론 이런 ‘한 우물 파기’가 헛되다는 말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각자의 예술관을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겨울 수도 있다. 게다가 타고난 예술가의 ‘똘끼’가 욱하고 나와, 평소와 다른 작업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나답지 않아” 하며 꾹꾹 눌러댈 것이다.

    그런데 반가운 작가들의 ‘일탈 행동’ 소식이 들려온다. ‘B Side’전(~10월2일, 두아트서울)은 평소 자신의 작품답지 않은 작품을 내놓는 것이 주된 콘셉트다. 전시 제목은 과거 LP 음반이 있던 시절, A Side와 B Side로 나뉘었던 점에서 착안했다. 대개 A Side에 상업적 혹은 대중적 성공을 의식한 곡이 실렸다면, B Side에는 리믹스나 어쿠스틱 등 변형된 버전이나 성공은 못할지라도 뮤지션이 꼭 해보고 싶었던 실험적 시도가 담겨 있곤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성원은 “뮤지션들에게 B Side는 상업적 스트레스나 대중적 히트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공식적 자유 영역’이다. 작가들에게 A Side가 표면 위로 이미 떠오른, 그래서 그들을 알릴 수 있었던 메인 스타일을 위한 공간이라면, B Side는 표면 밑에 ‘유보된’ 발언을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함경아 함연주 한수정 잭슨홍 정재호 강홍구 김상곤 써니킴 이동기 이미혜 이미경 이슬기 이수경 이윤진 문형민 박진아 박미나 이주요 Sasa(44) 지니서 도윤희 윤정미 등 22명의 작가는 마치 A Side를 마치고 자유롭게 B Side를 녹음하는 뮤지션처럼, 평소보다 편안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했을 것이다.

    실험정신 돋보이는 과감한 일탈

    두아트서울의 ‘B Side’전에 전시된 작품들. 1. B Side 전시 전경 2.박미나 _‘무제’ 3. 함경아 _‘Gold Rush’

    한편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여는 작가 임민욱(~10월12일, 서울아트선재센터)은 ‘B Side’에 참여한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본래 고정적인 스타일이나 일관된 주제가 없다. 작가 스스로가 “제대로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듯, 새 작품마다 다른 형식과 주제를 보여왔다. 근자에 들어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은행상’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 수상 등으로 명망을 떨치고 있지만, 실제 그의 작품세계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점프 컷’이라는 제목의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스무 고개-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는 얼마 전 열렸던 ‘다문화축제 2008’을 찍어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물인데,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 딸의 얼굴이 비친다(실제로 작가의 딸은 혼혈이다).

    언뜻 보면 모호해 보일 수 있는 그의 작업이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까닭은 작가 자신이 진실한 태도로 삶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의 작품이 명쾌하지 못한 이유는 작가 혹은 우리 모두의 삶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협업 위주의 작품 활동을 하며 문화활동가로서 예술의 실천성을 실험했던 그의 지금까지 행적을 살펴본다면, 오히려 임민욱에게는 처음으로 여는 대규모 개인전 자체가 ‘일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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