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0

2013.10.28

팀워크 땀으로 ‘감동 3점 슛’에 도전

KBS ‘우리동네 예체능’

  • 윤희성 대중문화평론가 hisoong@naver.com

    입력2013-10-28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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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워크 땀으로 ‘감동 3점 슛’에 도전
    지역 주민을 상대로 연예인들이 팀을 꾸려 승부를 벌이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기획은 사실 단순하고 고전적이다. 강호동처럼 운동선수 경력이 있는 출연진과 최강창민같이 젊음과 체력을 겸비한 구성원이 이수근으로 대표되는 약체들과 한 팀을 꾸려 단체 형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서사를 따른다. 여기에 더해 자연스러운 캐릭터로 승부에 현실감을 더하는 지역 운동 동호인들은 숨은 고수 이미지를 통해 ‘우리동네 예체능’ 멤버들을 단련시키는 구실을 한다.

    스포츠를 매개로 연예인들의 도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승부의 긴장감과 감동, 의외의 재미를 그려내는 예능프로그램 방식은 이미 이경규와 김용만이 콤비로 활약하던 시절 MBC 주말 예능과 초창기 유재석의 오합지졸 예능을 통해 여러 번 구현된 것이다. 강호동 캐릭터에 집중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동네 예체능’의 출발은 그다지 새롭거나 용감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동네 예체능’은 방송의 개성을 강조하는 대신, 스포츠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연예인팀이 지역 운동 동호인들을 쉽사리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는 물리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시간’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방송은 단순히 지역 동호인들과 이벤트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시간이 준 정직한 대가를 극복하는 싸움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 덕분에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해외 공연을 하면서 틈틈이 마련한 시간에 작은 탁구공을 들고 연습에 매진하는 출연자의 모습은 성실함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공평한 잣대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체험하려고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소한 방송에서도 주목하고 강조한 점은 개개인의 재능과 신체보다 선수들이 투입하는 시간의 내용과 규칙성이었다. 하루 종일, 매일매일 연습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스포츠의 절정은 그토록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들만 맛볼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연예인팀과 지역 동호인의 경기에서 시청자는 두 팀의 대결뿐 아니라, 출연자들 스스로가 쌓아 올린 시간의 탑과 겨루는 승부까지 관전하게 된다. 승부가 팽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캐릭터들이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출연자들이 시간을 통해 증명한 진심은 시청자가 그들의 승부를 지켜보고 응원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탁구공이 오가는 랠리에 깜짝 놀라던 연예인팀이 스핀 기술까지 시도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는 점수를 떠난 승부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출연자와 시청자 사이에 축적된 시간의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탁구와 볼링, 배드민턴을 거쳐 네 번째 스포츠로 농구를 선택한 ‘우리동네 예체능’의 결정은 단지 새로운 종목을 발굴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서로를 북돋우며 함께 기량을 키워가는 이전 종목에 비해 농구는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운동이다. 지난 몇 달간 프로그램 멤버로서 호흡을 다져온 출연자들은 이제 함께 경기에 임하는 멤버로서 새롭게 팀워크를 키워나가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그리고 시간을 자기 편으로 다룰 줄 아는 이들에게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현란한 슬램덩크가 아니라 단단한 팀의 모습을 증명하는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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