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9

2008.06.10

일본열도 자나 깨나 지진 조심

  •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입력2008-06-02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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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열도 자나 깨나 지진 조심

    1995년 일어난 고베 대지진. 5층 건물이 지진 여파로 기울어진 채 서 있다.

    5월12일 이후 보름여 간 일본 국민의 시선은 온통 중국에 쏠려 있었다. 신문과 TV는 쓰촨(四川)성 대지진이 낳은 피해와 폐허의 참상 속에서 피어난 감동적인 인간애 등을 전하는 데 지면과 전파 대부분을 할애했다. 구조대 활동이나 지원에서도 일본의 기여는 두드러졌다.

    일본인들이 쓰촨성 지진을 자신의 불행처럼 받아들인 이유는 누구보다 지진의 무서움과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첫손가락 꼽히는 지진대국이다. 통계를 보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규모 6 이상의 대형 지진 가운데 20%가 일본에 몰려 있다.

    일본은 수만,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낼 수 있는 대형 지진이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이 언제 어떤 규모로 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예상할 수는 있다고 한다. 실제 일본 정부는 특정 지역의 지진 발생 확률과 피해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예측한 자료를 갖고 지진 대비에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머지않아 발생할 가능성이 큰 대형 지진으로 도카이(東海)지진, 도난카이(東南海)·난카이(南海)지진, 일본해구(海溝) 등 해구형 지진, 수도직하(直下)형 지진 등 네 가지를 꼽고 있다. 이중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도쿄의 땅 밑에서 일어나는 수도직하형 지진일 것이다.

    도쿄는 1923년 14만명의 사상자와 행방불명자를 낸 간토(關東)대지진 이후 이렇다 할 대지진이 없었다. 즉 도쿄의 땅 밑에는 80여 년간 축적된 뒤틀린 에너지가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다. 물론 80여 년간 지진 대비도 함께 해왔지만 일단 대형 지진이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유치원 때부터 꾸준히 지진 대처 훈련 … 비상시 작은 요령이 생사 갈라

    만약 도쿄만 북부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나고 초속 15m가량의 바람이 분다고 가정한다면 도쿄에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까? 사망자만 해도 건물 붕괴로 3100명, 경사지 붕괴로 900명, 담벼락 붕괴로 800명, 교통사고로 200명, 화재로 6200명 등 모두 1만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1만명이 중경상을 입고 85만 채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불에 탈 것이라고 일본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피해는 무려 112조 엔에 이를 전망이다.

    ‘바다 건너 남의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연간 260만명이 넘는다. 주요 대도시의 백화점, 공항, 음식점, 관광시설 등에서 한국말을 듣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 또한 지진 안전국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대형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일본인들은 유치원 때부터 지진 대처 훈련을 받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진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다. 따라서 지진을 만났을 때의 대응도 서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제 닥칠지 모를 대형 지진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진대처법을 숙지해두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소화기 사용법 등 화재 시 비상 대처 요령을 익혀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직하형 지진의 유형별 사망자 예상 통계에서도 보듯, 지진보다 무서운 것이 그 뒤에 닥치는 화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거 대형 지진을 돌이켜보면 재난에 대처하는 작은 요령을 익혀두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가 생사를 가른 사례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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