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2007.08.21

‘독이 든 사과’ 건넨 고이즈미 아베 후속으로 컴백?

  • 입력2007-08-14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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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가 떠난 자리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다시 등판할 것이다.”

    고이즈미의 거듭된 부인에도 일본 정계에서는 이런 전망이 떠돌고 있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고이즈미가 재임 당시 후계자로 아베 당시 관방장관을 키우는 것 자체를 음모론적으로 해석했다. 다시 대권을 장악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미숙한 아베 장관을 후계자로 내세우려 한다는 시각이었다.

    고이즈미의 속을 들어가보지 않는 한 음모론의 진위를 검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민당의 역사적 참패로 끝난 이번 참의원 선거를 면밀히 뜯어보면 최소한 아베 총리를 파멸로 이끈 ‘주범’ 중 한 명이 고이즈미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조직선거에 강한 당이다. 입법활동을 통해 각종 이익단체의 편의를 봐주고 이익단체에서 정치자금과 표몰이로 은혜 갚음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조직표들이 지리멸렬했다. 공공사업 축소와 민영화 등 이른바 ‘고이즈미 개혁’이 원인이었다.

    소득격차 문제도 아베를 짓눌렀다.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덕분에 일본은 10년 불황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고이즈미는 소득격차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일본 유권자들은 후계자 아베에게 그 해법을 물었다. 물론 아베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지방표의 집중적인 심판을 받았다.



    고이즈미가 아베에게 건넨 ‘독이 든 사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적 곤경에 빠진 아베를 도와주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 예컨대 아베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내각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하던 2월20일 고이즈미는 이런 충고를 했다. “눈앞의 일에 둔감해져야 한다. 지지율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을 일일이 신경 쓰지 마라.”

    이후 아베는 고이즈미의 충고대로 혀를 내두를 만한 둔감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의 최측근조차 ‘자민당’이라는 글자를 감추고 선거운동을 해야 할 정도로 바닥 민심이 거칠었다. 그런데도 아베는 선거가 끝나는 그날까지 참패를 예고하는 각종 여론조사를 믿지 않았다.

    아베가 더 놀라운 둔감력을 발휘한 것은 선거 직후. 그는 “당장 물러나라”는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속투(續投)’를 선언했다. 고이즈미는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선거에서 참패해도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지원사격을 해왔다.

    속투 선언 후 아베는 문제 각료를 경질하는 등 민심 추스르기에 안간힘을 다하지만 내각 지지율은 전보다 더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에 반해 고이즈미의 재등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모론의 진위가 판명될 순간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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