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거부할 수 없는 뉴욕의 매력

  • 뉴욕=공종식 동아일보 특파원 kong@donga.com

    입력2008-07-14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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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부할 수 없는 뉴욕의 매력

    뉴욕 중심가인 타임스 스퀘어와 뉴욕의 상징인 노란 택시들.

    얼마 전 미국 3대 경마대회가 열리는 뉴욕주의 벨몬트파크 경마장에 취재 갔다가 프랑스 출신 기자를 만났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뉴욕의 매력’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흘러갔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파리 출신이라는 그에게 ‘뉴욕과 파리 중 어디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는 주저하지 않고 “뉴욕이 훨씬 좋다”고 대답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랬다.

    “대학 때 뉴욕에 유학 와서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뉴욕에 ‘중독’됐다. 이제는 파리를 방문할 때면 도시가 답답하다고 느껴진다. 뉴욕은 뭔가 포용하는 정신이 있는 반면, 파리는 내가 프랑스 사람이지만 상대적으로 닫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프랑스로 돌아가는 대신 뉴욕에 살기로 했다.”

    실제로 뉴욕에는 뉴욕 출신이 아니면서도 뉴욕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은 뉴욕을 좋아한다. 미국 고교 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뉴욕대학이 늘 1위에 꼽히는 것도 캠퍼스가 뉴욕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뉴욕에 빠진 사람은 미국인뿐만 아니다. 뉴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수두룩하다. 맨해튼 고급아파트에 사는 중동의 거부부터 배낭여행으로 뉴욕을 찾는 젊은이들까지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2005년부터 뉴욕특파원을 시작한 필자는 이제 3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왜 뉴욕이 인기가 있을까?



    문화경쟁력, 다양성, 관용의 정신에 세계인 매료

    먼저 ‘문화의 힘’이다. 언뜻 보면 뉴욕 맨해튼에는 오래된 건물들만 들어차 있고, 때론 거리에서 냄새도 나는 도시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맨해튼에는 미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해 무용, 음악 등 수많은 문화현장이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뿐 아니라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는 매일 밤 어김없이 뉴요커와 관광객들을 겨냥한 공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화의 힘은 많은 사람을 뉴욕으로 이끄는 힘이다.

    다음은 다양성의 힘이다. 맨해튼을 걷다 보면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귀에 들어온다. 맨해튼에도 차이나타운은 물론 이탈리아, 한국, 브라질, 인도계, 중동계 가게가 밀집한 거리들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뉴욕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조한다. 여기에서 먹을 것이 빠지지 않는다.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도 뉴욕이다. 지난해 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취재 갔다가 현지 음식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데 맨해튼에 훌륭한 에티오피아 식당이 4개나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셋째는 관용의 정신이다. 리버럴 성향의 뉴욕은 대체로 다양한 생각, 다양한 종교에 관용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뉴욕만 보고 미국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정신은 초기 뉴욕을 개척한 네덜란드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관용의 분위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뉴욕을 선호하고, 그럼으로써 뉴욕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공종식 특파원의 뉴욕 익스플로러’는 이번 호가 마지막입니다. 공종식 동아일보 뉴욕특파원은 7월 말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귀국합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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