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2006.11.14

온갖 아이디어 동원 ‘가족적 회사 만들기’

  • 입력2006-11-09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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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아이디어 동원 ‘가족적 회사 만들기’
    한때 ‘종신고용’의 신화 속에 가족적인 회사 문화를 자랑해온 일본이지만 버블경제의 붕괴는 이 신화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회사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냉혹하게 휘둘렀고, 사원들은 전처럼 회사를 믿고 의존하지 않게 됐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더 좋은 여건을 찾아 이 직장 저 직장 옮겨 다니는 ‘직장 쇼핑족’마저 등장했다.

    그러나 일본 경기가 ‘잃어버린 10년’을 탈피해 다시 상승기류를 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다시 ‘가족적인 회사’를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애써 훈련시켜 놓은 사원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본 기업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1997년 설립된 사원 수 150명 규모의 도쿄 소재 헤드헌트 회사 ‘레이스’는 2003년 ‘수양가족’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은 ‘수양자녀’, 입사 2년차 사원은 ‘수양형’이나 ‘수양언니’가 돼 후배를 도와준다. 연장자인 사원은 이들을 아우르는 ‘수양부모’ 역할을 맡는다. 수양가족이라 해도 근무 부서는 제각각. 하지만 금요일 저녁마다 삼삼오오 모여 ‘가족회의’를 연다.

    “너 요즘 기운이 없다. 주말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가지 않을래?”

    지방에서 올라온 신입사원은 수양언니의 이런 다독거림에 기운을 얻는다. 그에게 ‘수양언니’는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쓸쓸함을 메워주는 존재가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30%에 이르던 신입사원 이직률이 올해 2%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식료회사인 ‘프레슈니스버거’사도 지난해부터 ‘부자(父子) 체제’를 도입했다. 20대 젊은 사원과 40대 이상의 베테랑 사원이 한 팀이 되어 일하는 제도다. 젊은이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중년층의 경륜을 융합하고자 하는 것. 어떻게 제품개발로 연결할지 엄두를 못 내는 ‘아들’의 신상품 아이디어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상품이 된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라쿠텐’은 아예 사내에 ‘커뮤니케이션실’이라는 조직을 두고 매달 단체 생일파티를 열고 프로야구 관람회 등 사내 이벤트를 기획하게 한다. 50회를 맞은 지난달 생일파티 때도 시내 레스토랑에서 10월에 태어난 사원과 간부 100여 명이 모였다. 경비는 사장의 사비에서 나온다. 신입사원이라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젊은 층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사원 융합을 위해 여행을 활용하는 회사도 부쩍 늘었다. 세계적 장난감회사인 ‘반다이’는 2년 전부터 30종류의 여행 메뉴를 갖추고 사원들이 직접 고르도록 한다. ‘규슈의 외딴 섬에서 낚시하기’ ‘카누 타고 레프팅’ 등 다종다양하다. 근래 들어 중도 채용이 급증하면서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원이 늘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회사 측은 서로 잘 모르던 사원들을 취향별로 묶어주면 장난감회사의 생명인 ‘새로운 발상’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예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호사스런 회사도 있다. 중소 규모의 여관을 통째로 빌려 사원여행을 하는 것도 유행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적인 회사 만들기’가 특히 이런 문화를 모르던 일본의 20, 30대 직장인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런 시도는 기업으로서는 일종의 사내 마케팅이고, 사원으로서는 기량 향상과 커리어 형성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돼 ‘윈윈’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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