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휴가철 간판 TV뉴스 흑인 앵커 ‘대타’ 화제

  • 입력2006-08-16 16:3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얼마 전 파리에 놀러 온 한 선배가 “파리에 이렇게 흑인이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 특히 파리에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산다.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다.

    프랑스 내 흑인은 500만 명 정도다. 이 가운데 80%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고, 나머지 20%는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프랑스령 섬 출신이다.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지만, 프랑스 사회의 흑인에 대한 대접은 형편없다. 정치·경제·사회의 요직에 흑인이 앉아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활수준도 낮은 편이다.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본인의 능력만으로 주류사회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 알게 모르게 출신을 따지고 차별한다. 좋은 집안 출신의 백인이 아니라면 출세 욕심을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올여름 프랑스 TV에 등장한 흑인 앵커를 놓고 프랑스 사회가 시끌벅적한 이유는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간판 TV 뉴스인 TF1의 저녁 8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아리 로젤막(33)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카리브해 마르티니크섬 출신의 이민 2세인 그가 앵커로 발탁됐다는 사실은 발표가 되던 4개월 전부터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흑인 앵커가 한 명 등장했다고 너무 요란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것도 기존 진행자의 여름휴가 동안 임시로 진행하는 것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조금이라도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선 TF1의 저녁 8시 뉴스가 프랑스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이 뉴스를 보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00만 명에 이른다. ‘프랑스 방송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프랑스의 흑인 사회는 로젤막의 일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의원 577명 가운데 흑인이 단 10명에 불과한 현실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마르티니크계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축구 선수 티에리 앙리를 꼽을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 23명 가운데 13명이 흑인인 것을 보듯 스포츠계에선 흑인들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흑인 사회는 또 다른 앙리도 좋지만 그보다 제2, 제3의 로젤막이 계속 나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파리 통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