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7

2005.10.25

연간 세 차례 황금연휴제 존폐 논란

  • heb8610@donga.com

    입력2005-10-19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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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주(黃金週)’를 어찌할 것인가. ‘황금주’로 불리는 연휴 제도의 존폐 여부가 요즘 중국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1999년부터 춘절(음력설)과 5월1일 노동절, 10월1일 국경절(건국기념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각각 일주일씩 쉬어왔다. 이 연휴 제도를 도입한 주목적은 내수(內需) 진작. 금년 국경절 연휴(10월1일부터 7일) 기간에는 소비가 전년 동기에 비해 14.2% 늘어났고 관광수입은 14.2% 증가한 약 5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중 관광객은 무려 1억1100만명에 이르렀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내수 증대에 큰 몫을 하는 황금주 연휴가 존폐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엄청난 유동인구로 인해 철도·항공 등 교통수단이 초만원을 이루고, 호텔·상점 등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는 것. 곳곳에서 바가지요금이 성행하고 서비스가 실종되는가 하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다. 관광명소가 훼손되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른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 상하이의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를 찾았던 기자는 난생 처음 겪는 엄청난 인파 속에서 헤맨 적이 있다.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십만의 인파로 인해 난징루 일대와 와이탄(外灘) 등 상하이 중심가는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하루 종일 붐볐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최근 중국의 CCTV는 ‘황금주 7년’이라는 특집 프로그램까지 방영했다.

    황금연휴제 존폐 논란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홍콩이다. 지난해에도 연휴 폐지 논란이 빚어지자 케세이패시픽 항공 주가가 1.1% 하락하는 등 홍콩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홍콩은 황금주 기간 동안 본토에서 몰려온 중국인으로 몸살을 겪으면서도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에는 70여만 명의 대륙 관광객이 홍콩으로 몰려와 한 사람당 평균 550달러를 쓰고 간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특히 홍콩디즈니랜드 개장과 맞물려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최근 시행된 국가관광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연휴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자체는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주 2일 휴무를 하루로 줄이고 대신 월말에 4일 이상 쉬는 소황금연휴제를 시행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사실 연간 세 차례에 걸쳐 7일씩 쉬는 황금연휴제는 중국인 특유의 융통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주중에 국경절 같은 공휴일이 끼면 우리처럼 곧이곧대로 징검다리 휴무를 하는 게 아니라 이전 주와 다음 주의 주말 휴일을 끌어와 장기연휴로 만들어왔던 것이다.



    현재로선 이 같은 연휴 제도가 쉽사리 폐지될 것 같지는 않다. 융통성이 뛰어난 중국인들이 황금연휴제의 부작용을 어떤 식으로 극복해낼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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