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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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통 “IT 전문가 어서 옵쇼”

자국 인력 모자라 일•독•불 등 선진국서도 귀하신 몸 … 고임금에 가족 동반 체류 등 혜택 많아

  • 특별취재팀

    입력2004-07-08 1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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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공통 “IT 전문가 어서 옵쇼”
    “2000년 이후 전문직 노동자들의 국제이주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과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 각국이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단순인력은 증가세가 주춤합니다.”(OECD 국제이민국 장 크리스토프 뒤몽 노동담당과장) 요즘 전문직의 국제이주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도 전 세계 이주노동자 다수는 단순노동자들이지만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전문직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는 IT(정보기술), 대학(교수), 기업, 예술 등 다양한 직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약 25%에 해당하는 18만명 정도가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오카와 마코토 외국인고용정책 과장은 “일본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전문직 노동자의 유입은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일본은 ‘국적’과 상관없이 노동자의 생산성과 능력을 토대로 급여를 지불한다”고 밝혔다. 국내 IT 인력 일본•대만 등지서 맹활약

    일본의 전문직 중에서도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실력을 발휘하는 분야는 IT산업이다. 일본 역시 IT 전문인력들이 중국, 미국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두뇌 유출로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직 외국인의 유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연수제’를 통해 외국인 IT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일본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안이다. 중국인과 한국인은 일본 IT 업계를 이끄는 주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인력 공급업체로 해마다 한국인 대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는 ‘쟈스넷’의 나오요시 미야자키 사장은 “일본에 비해 한국은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인력들이 많다. 문화와 언어에 쉽게 적응하고, 뛰어난 기술을 지닌 한국인이 다른 국가보다 우대받는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아 각 IT 업체들이 선호하고 있어 수적으로는 단연 우세하다.

    대만의 경우도 IT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타이베이시 장안구에 자리한 일성금융그룹 사옥 2층 전산센터. 50여평 규모의 사무실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대만인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인도 등에서 이주해온 노동자들이 모니터 앞에서 프로그램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일성증권 장쑹재 계통개발부 총경리는 “외국인 IT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금융산업의 정보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하드웨어엔 강하나 소프트웨어엔 약한 대만의 산업구조상 IT 기술자의 수입은 불가피했다.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의 수입은 기업이 원하면 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IT 인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후반 Y2K가 불거지면서부터. 컴퓨터가 2000년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Y2K’ 문제에 부닥친 대만 기업들은 외국인 프로그래머를 애타게 찾았던 것.

    대만 행정원 외노작업조 랴오웨이런 조장은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만 경제에 성장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대만인들에게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준비된 기술자’는 인도인들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단순 업무인 ‘소프트웨어 코딩(software coding)’은 대만인들이 맡고 있는 반면, ‘솔루션(solution)’ 제작 등 고급 업무는 인도인들이 맡고 있다. 일성금융그룹에서 일하는 한 인도인 노동자는 “인도 경제가 살아나면서 외국에서 취업하겠다는 노동자들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지만 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한국인 IT 노동자들은 인도인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아직까지 개인적인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5개 안팎의 업체들이 수주를 받아 활약하고 있다. 대만의 기술 수준이 한국보다 3년가량 뒤떨어져 있다는 평을 듣고 있어 개척할 시장이 널려 있다고 한다. 대만 금융기관에 IT 솔루션을 만들어주고 있는 벤처기업인 ‘미래로 가는길(RTF)’ 김상훈 대표의 말이다. “대만에서 한국인들은 IT 전도사로 통해요. 한국에서 수년 전에 사용하던 기술도 대만에선 최첨단으로 대접받습니다. 한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탈출구로 찾은 곳이 대만이에요. 일감이 떨어져 고민하는 한국 벤처기업들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대만 진출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IT 한국인들은 인도 노동자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외국 고급 인력의 천국

    ‘외국 고급 인력의 천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2003년 말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단순기능 인력을 의미하는 WP(Work Permit•고용허가증) 소지자는 약 50만명, 그리고 전문기술 인력이 받는 EP (Employment Pass) 소지자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이들 EP 소지자는 각종 우대 혜택을 받는데, 이 가운데 월급이 7000달러가 넘는 P1패스 소지자는 부모를 모셔올 수 있다. “싱가포르는 만성 노동력 부족 국가이지만 단순 노동자의 경우 인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풍부하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항공기 조종사, 금융회사와 다국적기업 고위급 간부, 대학교수급 인재 등 고급 인력에게는 영주권이나 시민권까지 부여하며 세금과 자녀교육 등에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싱가포르 인력부 텐이퉁 국장)

    세계 공통 “IT 전문가 어서 옵쇼”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이 자녀를 교육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장기 거주자 중에는 국제화된 싱가포르 교육시스템 때문에 영주권을 획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역시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허브’를 지향하는 국가답게 이주노동자에 대해 문호를 활짝 열어놓았다. 특히 전문기술 자격증을 가진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환영’을 표현한다. 홍콩 정부는 각 기업이 원하는 수만큼 취업비자를 적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원할 경우 홍콩에 거주하는 인재에게 장기 체류비자가 허용된다.

    독일은 2000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한시적으로 정보 통신기술 분야의 외국인 고급전문인력 도입에 대한 시행령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IT 등 고급 전문인력이 고용허가증(그린카드제)을 받아 개별적으로 독일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체류할 수 있으며, 독일 거주 2년 뒤에는 가족에게도 취업허가증이 발급된다. 2003년 2월 현재 독일 내 IT 전문가는 1만3774명. 이중에는 독일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2000여명이 다. 이밖에 국가간 협약에 의해 취직해 있는 이들 등 다양한 형태의 전문직 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도 90년대 후반 IT 분야의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해외의 고급기술 인력을 유치해오고 있다. 과학자 예술가 IT 전문가 등의 경우 경력 등 특정 요건을 갖추면 노동시장 상황에 따른 제약이나 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전문직 이주노동자는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시장 상황에 따라 여건은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세계 제1의 IT기술을 보유한 일본은 그동안 외국인 IT 노동자들에게 ‘꿈의 나라’였다. 그러나 5년째 일본에서 IT 전문가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전정휘씨는 “일본의 지속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일본 업체에 근무하는 것이 더 이상 장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업체의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는 새로운 업체에 취업하기조차 힘들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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