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5

2018.02.07

법통팔달

강남 집값과 사회적 사다리

부동산 - 저출산 대책

  • 입력2018-02-06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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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괴롭혀온 과제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 부동산 및 저출산 문제가 아닐까 한다. 

    왜 이들 문제가 잘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근시안적 탁상행정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다. 문제의 원인을 탐색해 들어가 그 원인을 없애는 근본적 처방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며 갖가지 방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영문 이니셜이 난무하는 복잡한 대출규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과 등 어느 것 하나 특효약이 없다. 오히려 부작용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방에선 부동산 거래가 꼬리를 축 내려버렸다. 이는 곧 골치 아픈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를 숙고해보라. 필자가 대학에 다닐 때 지금의 강남역 부근은 시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아 비가 오면 도로는 진창이 됐다. 그러던 것이 몇십 년 만에 상전벽해를 거듭했다. 교통, 교육, 아파트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강남에 집중됐다. 서울 명문고가 대부분 강남으로 이전해 ‘강남8학군’이 됐다. 강남은 ‘서울 안의 특(特)서울’이다. 당장 부산이나 대구의 일급 주거지역 집값과 비교해봐도 강남 집값은 반드시 더 오를 것이다. 이 같은 강남 집값은 심히 왜곡된 국가 자원 배분과 특혜의 결과다. 이를 그대로 놔둔 채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엄청난 강남의 우월적 지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니면 강남 집값을 결코 억제할 수 없다. 

    저출산 문제로 옮겨가 보자. 왜 젊은이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가. 단계를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더욱이 정시 출퇴근이 힘든 기업문화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애써 키워도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부모의 부와 지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비참한 예측을 떨쳐버릴 수 없다. 로스쿨로의 법조인 양성제도 일원화, 복잡한 대입 수시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시행, 공무원 특채의 확대, 공기업의 광범한 채용비리 등에 의해 이제 가난한 가정의 자식들이 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출산 기피는 어쩌면 이처럼 잘못된 사회에 대한 시민적 항거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무시한 채 펼치는 저출산 대책이 어찌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는가.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는 데 큰 걸림돌이 없는 사회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계도가 잘 안 되면 과감하게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걷어치운 사회적 사다리들을 가능한 한 빨리 복구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거듭해갈 때 젊은이들은 자신의 자식이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믿으며 출산의 공포를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담당자는 눈앞의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좀 더 긴 안목과 지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결함투성이 로스쿨이 시행 10년이 되도록 의미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法통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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