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1

2016.01.13

승부의 법칙 | 마지막 회

경쟁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처세와 용인, 거부할 수 없는 아이러니

  •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lyzcamp@gmail.com

    입력2016-01-11 16: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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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다툼은 만물의 특성’이라고 했다.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를 닦은 토머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세계의 근원적 상태라고 했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과 조직이 목표를 갖고 있는 이상, 혹은 이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가 안보를 추구하는 이상 경쟁과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경쟁과 전쟁이 실존하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현명하고 실증된 이론은 ‘적자생존’과 ‘우승열패’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살고자 하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강한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 이런 관념은 19세기 이후 철학, 사회과학, 정치학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비둘기의 생각, 독수리의 생각

    혹자는 ‘반드시 경쟁하고 이겨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거나 ‘전쟁 없이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추구하는 게 인류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안이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휴전상태인 전시국가로 남아 있지만 비교적 행복한 반세기를 살아왔다. 세계 최빈국이던 나라가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고, 경제 및 군사원조가 아니고는 생존이 불가능했던 나라가 지구촌 곳곳에 지원과 파병을 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국민 상당수는 투쟁이 필수는 아니며, 전쟁 역시 우리 곁에 상존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역시 안이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까지 적자생존을 강요할 뜻은 없다. 적자생존과 우승열패의 공식은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은 다만 평화를 원할 뿐이라면 그것도 좋다. 비둘기에겐 비둘기의 방식이 있고, 독수리에겐 독수리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둘기의 생각으로는 회사에서 매일 부딪히는 인간관계를 해결하거나 회심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비둘기의 태도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이길 수 없고, 상대 국가의 함정을 공격하고 주민들이 사는 섬을 포격하는 북한과 싸울 수 없다.
    필자가 2015년 한 해 동안 게재한 ‘승부의 법칙’ 시리즈는 독수리와 같은 목표를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 더 쉽게 읽혔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의 글이 성공과 승리를 위한 체크 리스트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수정구슬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사와 군사이론 연구란 어차피 과거에 있었던 일에 기대어 미래를 엿보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운 것을 반추해 미래에 있을 법한 사실을 추론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없었거나 생각해내지 못한 사물과 사건의 경우 때때로 무용지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남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가 과거 혹은 역사라고 부르는 것들은 여전히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어찌 보면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는 상당히 역설적이다. 미래로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과거를 체계적으로 거부하는 ‘변화와 혁신’을 지향해야 하는데, 과거를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않고는 그것을 체계적으로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처세술, 용인술이라 부르는 것들도 같은 역설을 담고 있다. 현대 직장인은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를 처세나 용인의 키워드로 풀어나가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처세와 용인의 중심에 있는 ‘삶’과 ‘인간’의 문제를 도구나 수단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동료가 자신을 도구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상사가 진급을 위해 자신을 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역시 그에 필요한 처세나 용인의 기술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경쟁 없는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전쟁 없는 세상이 올까”라고 묻는다면, 연구가 미천한 지금으로서는 대답할 말이 없다. 앞으로도 단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인간은 왜 경쟁을 할까” 혹은 “국가는 왜 전쟁을 하는가”를 누가 물어본다면 더더욱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경쟁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인들이 쌓아온 연구 성과가 제법 축적돼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로지 각자 몫이다. 이를 나누려는 시도였던 필자의 글이 독자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도움이 됐기를 바랄 따름이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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