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2008.12.16

너무나 태연한 패륜범 경찰도 고개 절레절레

  • 한상진 greenfish@donga.com

    입력2008-12-08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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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륜도 이쯤 되면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2년 전 자고 있는 부모를 불태워 죽이고 최근엔 아내와 딸을 참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40대 김씨(충북 옥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12월2일 진행된 현장검증 내내 차분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수사경찰들은 그가 부모를 살해한 방화사건 당시 자신의 동선(動線)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것에 아연실색했다. 김씨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담을 넘어 들어간 위치, 탈출 경로, 불을 붙인 방법 등을 마치 어제 벌어진 일처럼 재연해냈다. 수사경찰들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부모와 처자식을 살해한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이었다. 부모의 집을 빼앗기 위해 부모가 자는 방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고, 4000만원가량의 빚을 진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흉기로 살해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딸을 목졸라 죽였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였다.

    정신상태 지극히 정상 … 증거인멸 등 치밀한 계획범죄

    그는 처음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내의 잘못으로 빚에 쪼들렸다”거나 “아내의 외도가 사건의 원인이다”라는 식의 자기보호용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눈물도 여러 차례 흘려 동정을 호소했다. 부모를 죽인 것에 대해서도 그는 남의 일처럼 당시 상황을 진술했고, 어렵게 사는 자식을 돕지 않은 부모를 원망했다고 한다. 2년 전 부모를 살해한 뒤에도 김씨는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부모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마도 자살하신 것 같다”고 진술해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혹시 김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까. 그러나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고개를 내젓는다.



    “극히 정상입니다. 부모를 죽인 뒤 집을 처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두고 범행을 저질렀어요. 처자식을 죽인 과정도 우연으로만 보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범행 뒤 치밀하게 증거를 없애고 범행도구를 감춘 것 등은 계획범죄라고 판단한 증거가 됐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태연한 모습에서 그가 범죄자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현장검증을 지휘한 옥천경찰서 신연식 수사과장도 “김씨가 범행 상황을 비교적 차분하게 재연했으며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범죄가 점점 흉악해진다. 특히 패륜범죄는 늘어나는 건수보다 더해가는 범죄의 강도가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도 이를 걱정한다. 외국에서나 봤을 법한 범죄가, 그것도 돈을 노린 패륜범죄가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는 게 놀랍다는 것이다. 가장 만만한 상대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이 불러올 또 다른 범죄 가능성에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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