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8

2009.01.06

의원은 싸울 뿐이고! 국민은 한숨뿐이고!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2-31 11: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의원은 싸울 뿐이고! 국민은 한숨뿐이고!
    구경거리 중 싸움구경, 불구경만 한 게 없다?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땀 쏟으시는 우리 국회의원‘님’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주름살만 늘어나는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재미난 볼거리를 준비하셨다는데….

    여야는 2009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망치질, 쇠톱질에 상임위 문짝이 뜯겨나가고, 쏟아지는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에 말 그대로 아수라장.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 당직자들이 뒤엉키면서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안상태 특종기자’가 국회로 긴급 투입됐다.

    “네, 안상태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안상태 기자, 지금 국회에서 싸움이 붙었다고요?”

    안상태 : “네, 저는 지금 국회 전투현장에 나와 있어서 대피하려고 하는데….”

    앵커 : “안상태 기자? 안상태 기자!”



    안상태 : “난~~ 국회 회의장에 있고! 취재하러 왔을 뿐이고! 쇠망치 날아다니고 소화기 뿌려지고! 울 엄마는 나 걱정돼서 국회 왔고! 나도 엄마 보고 싶고!”

    역시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싸움과 욕설에 능해야 함은 기본이고 뻔뻔함은 ‘세컨드 옵션’. 구경하던 이들이 기가 막혀 ‘썩소’를 지으니, 더 신이 나는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이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회의 모습을 외국 언론들은 1면에 보도하며 우리 의원‘님’들을 불명예의 전당으로 모시고자 한다.

    아직 대타협의 여지를 두고 물밑 교섭도 해보지만 한편에서는 여야 모두 대규모 충돌을 위한 명분 쌓기가 한창이다. 여당의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와 야당의 막가파식 ‘떼쓰기’가 어우러지면서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 개원이 늦어져 오랜 기간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일도 이미 ‘레테의 강’ 저 멀리.

    국회 공전이 계속되면서 여야 간 팽팽한 대치가 연일 신문과 TV를 가득 채운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서로에게 독기를 뿜느라 바쁜 그들에게 살포시 신발 하나 벗어 던져주고 싶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