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따로따로’ 한자교육 어쩌나

  • 김소희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9-01-07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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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의 겨울방학 일정 때문이다. 국영수 공부 계획은 다 짜뒀는데 한자가 걱정이라고 했다. 아이가 국어뿐 아니라 사회나 과학 책에 나오는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더 늦기 전에 한자공부를 시켜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것이다.

    학생들이 교과서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말 어휘 중 70~80%가 한자어다. 성인이 보는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용어뿐 아니라 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도 낱말 10개 중 7개는 한자어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들은 긴 문장으로 된 문제를 잘 못 푼다는 얘기를 듣는다. 더불어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하는 것도 그 원인의 대부분은 어휘력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모르는 낱말이 나오게 마련인데, 물어보기 귀찮아 미루다 보면 책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당연히 책에 대한 흥미가 줄어든다.

    한자급수시험을 통과한 아이라도 평소 한자를 사용하지 않기에 알고 있는 것조차 까먹는다. 600~800자의 한자를 알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약 750자를 익히면 되는 한자급수시험 5급 수준일 거라 생각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와 시험용 한자는 차이가 크다. 결국 한자공부를 따로 하는 셈이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한자를 부모들은 왜 가르칠까? 중학교에서는 1500자, 고등학교에서는 2860자 정도의 한자어가 교과서나 시험문제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자가 중요한데도 한자교육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한문시간에는 한자를 외우고 고사성어를 통해 한자어의 뜻을 익힌다. 그러나 수업시간이 적고 주요 과목도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도 높지 않다.



    ‘따로따로’ 한자교육 어쩌나
    대화할 때 자신들만의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아이들에게 한자어는 책 속에서나 등장하는 ‘죽은’ 말이다. 생활 속의 한자어가 점점 사라져가고 그 자리는 외래어와 외계어가 차지한다.

    한자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모든 교과서 목차 바로 뒤에 그 과목에 나오는 한자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좋겠다. 교과서를 배우기 전 교사는 앞으로 등장할 한자어를 가르치고 개념을 잡아줘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잘 알아듣도록 도와야 한다. 아는 낱말이 많아지면 자연히 쓰임도 많아질 것이므로 몇 년간 배운 한자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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