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2007.02.27

롱테일 법칙, 정말 새로운 것인가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입력2007-02-16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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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테일 법칙, 정말 새로운 것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연 덕에 인기몰이를 하는 드라마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시청률 50%를 넘어섰다는 MBC ‘주몽’의 경우 극 초반에 해모수를 연기한 배우 허준호가 일등공신이었고, SBS ‘연개소문’에서는 수양제 역의 김갑수가 초반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변신에서 훨씬 발 빠른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일찌감치 여러 명의 공동 MC를 등장시키더니, 최근에는 한두 명의 스타가 아니라 다수 출연자들이 저마다 개성을 추구하는 캐릭터로 승부하고 있다. 그래서 한 대중문화 평론가의 분석에 따르면,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보다 다양한 출연자에게 어떤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들 간의 에피소드가 시청자에게 인정받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단다. 이름하여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

    주연과 조연이라는 전통적인 구분의 의미가 없어지는 징후일까? ‘주연 대 조연’의 구분보다 ‘개성 대 개성’의 다양성 시대가 되고 있다는, 즉 모두가 주연급 조연이고 조연급 주연인 시대로 가고 있다는 깜빡이일까?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시각이 도입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수익구조는 정설로 믿어졌던 20 대 80 법칙을 깨뜨렸다. 흔히 창안자의 이름을 따서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20 대 80 법칙에 따르면, 도서시장의 주연인 베스트셀러 20%가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아마존의 경우 베스트셀러 이외의 나머지 80% 조연들이 57%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검색업체 구글의 경우에도 중소업체들, 신흥 인터넷 벤처들, 개인 등 개미군단이 구글 검색광고의 주 고객이 됨으로써 신화창조의 배경이 됐다.

    미국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은 비즈니스의 이 새로운 현상을 ‘긴 꼬리(The Long Tale)’에 비유했다. 한국에서도 이 단어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앤더슨에 따르면 20 대 80 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배적인 소수 외의 나머지 다수는 뿔뿔이 흩어진 이름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은 이들 분산된 소수를 연결해주었다. 누구라도 언제든 접속할 수 있고,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주연 위주 수익구조 가라” … ‘롱테일 법칙’에 관심 급증

    하지만 솔직히 나는 이런 현상들이 정말 새로운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에서는 일찍이 주류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틈새에 주목해 니치(Niche·틈새시장)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맥주시장의 강자 하이트맥주도 OB맥주의 지배를 ‘깨끗한 물’이라는 니치로 뚫으며 시장구도를 뒤집기 시작했던 것이다. 니치와 롱테일은 얼마나 다른가? 게다가 20 대 80 법칙이 경험치로서 인정받던 시대에도 통계가 늘 정확히 20 대 80을 가리켰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흥미로운 용어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이제 ‘롱테일’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정말 새로운 것인가? 이것 역시 급격하게 인기를 끌며 열풍이 됐다가 눈 깜짝할 새 자취를 감추는 ‘패드’(fad·변덕이나 일시적 유행)는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20 대 80 법칙보다 롱테일의 법칙이 훨씬 마음에 든다. 주연 한두 명을 위해 수많은 조연들이 들러리 서는 독재보다는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는 영화나 오락 프로그램의 민주화가 더 끌린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그런 시대의 견인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너무 일찍 올인하지는 말자. 생각의 긴~ 꼬리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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