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2007.03.27

‘말폭탄의 말바다’ 한복판의 ‘강남 유목민’

  • 입력2007-03-26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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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말 많다. 더욱 ‘거시기’한 건, 하고많은 말 중에 얄미운 것들로만 골라서 하는 행태다. ‘보유세 폭탄’ 논란에 대해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3월15일 던진 이른바 ‘분당 발언’만 해도 그렇다.

    “강남에서 유사한 조건의 분당지역에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이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2월 노무현 대통령이 한 다음 말과 어쩌면 그렇게 일란성 쌍둥이 같을까. “굳이 이사를 가시겠다면 싼 동네로 가시면 됩니다. 가시면 양도세 10% 정도 내더라도 돈 한참 남습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종합부동산세를 낼 능력이 안 된다면 빨리 집을 팔라는 얘기. 비싼 집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집값이 뛴 게 오로지 주인들 책임인가? 투기가 아니라 주거를 위해 십수 년째 강남권의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잘못인가? 그리고 왜 하필 분당인가? 지방 오지로 가면 훨씬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은가.

    정부는 그동안 수없이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으니 아예 국민을 초원의 풀을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유목민 신세로 내몰 참인 듯하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정든 이웃도 있고,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도 있는 법. ‘말 테러’에 지친 사람들이 한둘인가. 참여정부, 이젠 말이라도 좀 곱게 하자.



    ‘확실하게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을 주도했다는 김모 변호사가 검사 시절이던 2004년 펴낸 어린이용 법률책에 언급된 내용이다. 더욱이 이 책은 법무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법 교육 사이트에서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단다.

    수사 중인 사건인 만큼 아직 범행의 명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범죄 전문가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범행을 지휘한 것만은 분명하고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정의의 수호자가 되진 못할망정 법조인으로서 익힌 전문지식을 범죄에 악용한 그도 얼마 후엔 변호인을 선임하겠지?

    문제의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개정판을 내야겠다. 제목은 ‘확실하게 감옥 가는 법-범죄 일주일만 익히면 김 변호사만큼 한다.’ 장르는 자전적 에세이가 좋을 듯하다.

    재소자들은 대체로 책을 많이 읽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 님도 ‘옥중(獄中) 독서’를 즐기며 집필활동에 전념하는 건 어떻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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