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2007.02.13

부동산 대책 진짜 ‘막둥이’를 보고 싶다

  • 입력2007-02-12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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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3, 9·5, 10·29, 2·17, 5·4, 8·31, 3·30, 11·15, 1·11, 1·31. 이거 난수표(亂數表) 아니다. 그런데 좀 어지럽긴 하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0차례. 참여정부의 ‘출산력’은 놀라움을 넘어 주책스러울 정도다.

    말 많고 탈 많던 부동산 정책이 또 나오자마자 시끄럽다. 임대주택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1·31 정책을 두고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발표 하루 만에 비축형 임대아파트의 매각 가능 시기를 둘러싸고 말이 엇갈렸다. 마땅히 두 주무부처 사이에서 탄생했을 터인데 ‘아이의 손가락은 몇 개냐, 발가락은 또 몇 개냐’는 식으로 오락가락하니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부처 간에 치밀한 검토와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내놓은 민생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꾸 낳는다고 능사일까.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그동안 세상 빛을 본 부동산 정책들의 수명은 한결같이 길지 못했다.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대책을 내놓겠다”던 어느 정책 주도자의 큰소리에 “이제야말로 막둥이려니…” 하고 기대했다가도, 이내 그것이 빈말이었음을 알아차린 게 대체 몇 번이던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고 줄기차게 내놓은 정책들은 모두 요절했다. 대안은 나왔으되 진정한 대책은 없었다. 5, 9, 10, 2, 8, 3, 11, 1. 이제 남은 건 4·6·7·12월. 다음 부동산 대책의 유력한 탄생월이다. 내기 한번 할까?

    경남 합천은 이 땅에 몇 안 남은 오지(奧地) 중 오지다. 수려한 산과 계곡을 지녔다곤 하나 법보사찰로 잘 알려진 해인사를 제외하면 외지인 발길이 뜸한 편이다. 갈 때마다 떠오르는 단상은 참으로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더딘 곳이라는 점이다.



    ‘은둔의 땅’ 합천이 최근 갑작스레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건 순전히 그 지역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보 탓이다. 하필이면 왜 군(郡)은 밀레니엄 기념사업을 위해 98억원이나 들여 만든 ‘새 천년 생명의 숲 공원’ 명칭에 그의 아호인 ‘일해(日海)’를 갖다 붙였을까. 국민 다수의 정서상 구시대의 ‘문제적 인간’과 ‘새 천년’은 분명 엇박자다. ‘생명’ 역시 5·18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전 전 대통령과 불협화음 아닌가!

    한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을 법하다고? 물론 때로는 혹평도 PR에 도움을 주긴 한다. 그러나 “부끄럽고 치욕스러워 고향을 바꾸고 싶다”는 적지 않은 군민들에게서 쉽게 눈길이 거둬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29만1000원’의 장본인은 ‘전두환 공원’을 찾아갈 차비라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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