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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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1번지’엔 ‘기자실’ 없나요?

  • 입력2007-01-29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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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는 기자에겐 ‘죽치고 앉아’ 있을 기자실이 없다. 시사주간지나 월간지 기자들에겐 바깥세상 전부가 잠재적 취재대상이기 때문이다. ‘죽치고 앉아’에 버금갈 표현으로 하자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 일간지 근무 시절, 특정 출입처를 드나들 땐 그곳에 마련된 기자실을 활용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풍부한 상상’처럼 기사 작성을 ‘담합’한 적은 결코 없다. 오히려 경쟁매체의 기자들을 의식해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전화통화는 기자실 밖으로 나가 몰래 하곤 했다.

    그러니 보건복지담당 기자들의 ‘국민건강증진계획’ 관련 기사를 거론하면서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보도자료를 가공하고 담합한다”고 단정한 노 대통령의 1월16일 국무회의 발언은 ‘취재 부족’이다. 하루 만에 “사례가 부적절했다”고 사과하긴 했지만, 취재와 기사작성을 위해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제공된 장소를 음험한 밀실로 폄훼한 건 여전히 지나치다.

    노 대통령은 비서관과 행정관, 행정요원들을 ‘기자’로 거느린 ‘청와대 브리핑’의 편집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편집국장’ 아닌가.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의 ‘기자실’ 풍경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TV=바보상자’라는 표현은 절반쯤 옳다. KBS 1TV ‘아침마당’의 1월13일 방영분 ‘가족노래자랑’ 코너를 보라. 시청자들은 멀뚱히 TV 화면만 바라보면서 우승한 출연자의 어처구니없는 거짓 사연에 감동해 눈물까지 훔쳤다.



    “아내가 암에 걸려 가족에게 폐가 될까봐 이혼하고 떠났다”는 절절하고 애틋한 사연이 윤색된 것임을 어찌 꿈엔들 알 수 있으랴. KBS뿐인가. MBC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오늘 아침’은 지난해 11월 실직한 40대 가장 이야기를 허위로 소개했다가 누리꾼의 항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조작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매스미디어는 늘 현장과 사례의 궁함에 목마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작된 콘텐츠를 검증 없이 내보내놓고, 그 책임을 외주 제작사에 떠넘기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몰염치가 희석될 순 없는 법.

    ‘가공’된 자극적 소재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구걸하는 행위는 ‘앵벌이’와 다를 게 없다. “있는 것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들을 자기들이 가공하고 만들어나가며 담합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 조사해서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국정홍보처에 내린 대통령님, 방송이나 잘 살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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