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0

2007.01.23

금감원의 ‘명왕성’ 빛을 잃다

  • 입력2007-01-17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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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왕성 되다(plutoed).’ 미국 방언협회가 선정한 ‘2006년의 단어’다. 명왕성(Pluto)이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에 빗대, 사물이나 사람의 격이 떨어짐을 의미한단다.

    한국에도 ‘명왕성’이 있다. 김중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부원장이다. 그는 2001년 골드상호저축은행 인수를 둘러싼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의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내부자료를 빼돌려 인수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 2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 이근영 전 금감원장, DJ 정부의 실세였던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왕년의 정관계 ‘스타’들도 줄줄이 참고인 혹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명왕성’의 뒤를 따랐다.

    지금은 세인의 뇌리에서 희미해졌지만, 김 부원장은 ‘정현준 게이트’의 열쇠를 쥔 핵심인물로 지목받던 중 2000년 10월 서울의 한 여관에서 자살한 장래찬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과 무관하지 않다. 자살 직전 잠적한 장 전 국장을 설득하려 세 차례나 통화를 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2003년 초, 장 전 국장 자살사건의 의혹들을 추적하던 기자는 김중회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를 만났다. 온화한 인상, 젠틀한 어조로 그는 말했다. “사건 당시 금감원이 장 전 국장을 비호한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사실 금감원은 그의 잠적 이후 일부 직원들로 ‘체포조’까지 꾸렸다. 완력을 써서라도 그를 검찰에 출두시켜야 금감원이 누명을 벗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김 부원장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자 금감원 직원들은 1월8일 ‘응원조’를 급조했다. 업무도 제쳐놓고 법원·검찰 청사를 서성거리며 “부원장님, 힘내세요” “우리는 결백을 믿습니다”라고 외쳐댔다.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선 법원에 탄원서까지 냈다.



    대중(大衆)과 분중(分衆)을 넘어 개중(個衆)의 시대가 도래한 21세기에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끈끈함? 결백은 오로지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장 전 국장의 죽음에 관한 의혹의 상당 부분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현준 게이트’ 당시 그의 죽음을 철저히 ‘개인적 결단의 산물’로 내치면서까지 조직 보호에 공을 들였던 금감원의 ‘까칠함’과 지금의 칠칠치 못한 집단행동의 극한 대비를 어찌 바라봐야 할까. ‘명왕성’(김 부원장)을 그리는 ‘태양계’(금감원)의 친의(親誼)인가, 로비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자구책인가.

    ‘금감원은 펜스만 두르면 교도소’라는 야유를 받지 않는 길은 떨어진 신뢰와 위상을 되찾기 위한 자성(自省)에 있다. 이제 그만 ‘명왕성’은 잊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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