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2006.12.26

기녀와 현대차 노조에게 ‘중한 벗’

  • 입력2006-12-26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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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수 백무가 황진이에게 묻는다.“기녀에게 가장 중한 벗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러곤 자답(自答)한다. “그것은 술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요, 오로지 고통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에게 묻는다. “노조에게 가장 중한 벗이 무엇인지 아느냐?”

    현대차 노조가 비리(非理)비리(非理)하다. 국내 강성 노동운동의 주도자를 자처해온 위상과 달리, 2만4000여 조합원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진 노조 총무실장이 노조 창립 기념품 납품계약 과정에서 입찰자격이 없는 업체와 계약을 맺은 혐의로 구속돼 망신살이 뻗쳤다. 비리혐의로 간부가 구속된 건 20년 노조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비리가 어제오늘 일이던가. 6년 전의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의견광고를 신문에 실은 뒤 회사 돈으로 광고비를 대납했다가 들통나 중도하차했다. 2005년엔 채용 장사로 파문을 불렀다. 그러고도 올해는 33일간 각종 명목의 파업에 나서 1조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끼쳤다. 한국경제의 견인차 중 하나인 현대차이기에 그 파행은 실망의 수준을 넘어 심히 절망스럽다.

    노조에게 중한 벗은 정녕 무엇인가? 답한다. “그것은 돈도 아니요, 권력도 아니요, 오로지 투명한 도덕성이다.”



    “인공기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조국을 사랑한다.” 간첩혐의로 구속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전 부의장 강순정 씨가 4년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을 맞아 북한에 보낸 충성서약문에 실렸다는 내용이다. 서약문은 현재 평양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부근에 전시돼 체제선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김일성 주석의 사진도 걸어놓았었다는 강씨는 76세의 고령임에도 매우 많은 ‘일’을 했다. 국내외 정치상황과 언론보도, 재야단체 동향 등을 정리한 문건과 사진을 북한에 보냈다.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과 평택 대추리 주한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에도 앞장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친북 성향을 띤 인터넷매체 게시판에도 ‘연방제’ ‘미군 추방’ 등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간첩에겐 간첩 고유의 정치적 이념과 임무가 있는 법. 따라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수행한 일들에 대해선 강씨가 법적 절차에 따라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다. 안타까운 건 그의 눈동자엔 왜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잔상이 맺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 역시 간첩이기 전에 인간이지 않은가!

    인공기만 봐도 흐르는 눈물. 그래서 그 눈물은 ‘간첩 강순정’의 감상적 사치이자 한낱 ‘하나객담(실없고 하찮은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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