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2006.11.28

헛다리 짚기 부동산 정책 … 그러고도 실패는 아니다?

  • 입력2006-11-27 10: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정(田政)·군정(軍政)·환곡(還穀·양곡 대여), 이른바 삼정(三政)이 문란했던 조선 후기엔 민란이 극심했다. 잡다하고 부당한 세금 부과, 잦은 정치부패 탓에 삶이 피폐해진 백성들로선 ‘실력 행사’를 통한 항거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작금의 혼란스러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가히 민란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11월15일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정책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부동산값은 잡힐 것이다.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고 공언(公言)했지만, 지금 그 말을 공언(空言)이 아니라고 여기고 전폭 신뢰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병직·이백만·정문수 등 소위 ‘부동산 3인방’의 사표를 수리해 ‘못난이 3형제’로 만들었다고 해서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이 가라앉을진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일관성 아닐까. 그런데도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참여정부는 ‘일관성’의 개념을 오해하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의 강한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부동산 정책은 성공작”이라고 자평해왔다. 청와대는 지금까지도 “부동산 정책의 근간인 8·31 대책은 실패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소모적인, 대책 없는 일관성!

    ‘부동산 실험’으로 휘청거리는 2006년 대한민국의 만추(晩秋). “너, 집은 샀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지인(知人)들이 가끔 얼굴을 맞대면 하는 인사다. 지금이 조선 후기가 아니란 사실을 다행이라 해야 할까.

    “전 대머리예요. 두발이 없다는 뜻이죠. 환장하겠어요.” 한때 세간에 유행하던 이 삼행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던 삼행시 주인공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뭉칫돈이 그의 아들과 손자의 계좌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금융정보분석원에 의해 포착돼 검찰이 출처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1997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거지왕’. 자기 재산은 한 푼도 없다면서 추징금 중 1670억원을 미납한 채 버티고 있는 그에게 41억원은 언감생심인 액수의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이 그의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고 해도 3년 전 재산명시 심리에서의 허위 목록 제출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거지왕의 거짓말’이 무죄라는 얘기다. 또 한번 환장할 지경이다. 새로운 삼행시나 지어봐야겠다. “전 뻥쟁이라고 해요. 두 말을 한다는 뜻이죠. 환장하시겠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