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1

2002.09.12

바다의 괴물 ‘적조’… 1년에 116억원어치 ‘꿀꺽’

세제 속 인산염 등 영양염류 유입이 주요 원인 … 일단 발생하면 양식어장 물고기 떼죽음

  •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04-09-30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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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일 올 들어 처음으로 전남 여수 지역에서 발생한 적조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해수온이 낮아지기만 기다릴 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제15호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강한 남풍과 북향의 조류가 발생해 고밀도의 적조가 동해안 연안까지 북상했다.

    해마다 태풍은 적조를 확산시키기도 하고, 해수의 아래위를 교란시켜 적조 소멸에 기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태풍이 지나간 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그 피해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올 집중호우 탓 적조 앞당겨져

    적조 발생으로 29일 현재 전국적으로 330만 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해 피해액이 24억원에 이른다.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적조로 인해 수산물 가격이 상승할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의 적조는 특이한 점이 많다.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햇볕이 부족했는데도 예년보다 2주 이상 이르게 나타나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육상의 영양염류가 대거 바다로 유입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적조가 확산될 수 있는 네 가지 기본요건은 수온·일사량·해수유동·영양염류 등이다. 나머지 세 가지는 자연 현상이지만 영양염류는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가정의 생활하수에 대량으로 들어 있는 세제의 인산염, 공장의 오·폐수 등에서 나오는 인·질소·규소 등으로 구성되는 영양염류는 식물플랑크톤이나 해조류의 몸체를 이루며 적조 증식의 기본 요인이 된다. 그런 영양염류의 80% 이상이 육지에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1996년에서 2000년에 걸쳐 오염물질과 적조 발생과의 관계를 연구한 국립수산과학원 이삼근 해양환경부 과장은 “진해만·광양만·마산만 등 오염이 심한 해역은 비교적 맑은 해역보다 적조 생물 성장률이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 및 기업체 등에서 정화시설을 확충하고, 가정에서는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때를 빼는 필수성분이기 때문에 각종 세제류에 널리 쓰이는 인산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길이다. 인산염은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인산염을 사용하지 않는 세제 개발을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환경부와 협력해 해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하수처리 시설의 보급률이 13.9%(2001년)에 불과한 남해안 지역의 보급률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 전국 연안의 평균 보급률이 50.5% 수준이므로 계획대로만 된다면 적조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이런 처방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적조는 거의 해마다 발생했고, 양식 어민들의 피해 규모 또한 막대했다.

    바다의 괴물 ‘적조’… 1년에 116억원어치 ‘꿀꺽’

    8월29일 현재 유해성 적조 현황도

    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이 8월 중순 발표한 ‘2001년 한국의 환경신호등-한국 환경 질 변화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화율, 화석연료 소비 등과 함께 적조 현상도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적색신호’로 나타났다. 적색신호는 환경의 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부정적인 변화 추이를 보인다는 뜻이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적조는 모두 613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159억여 원에 이르렀다. 즉 해마다 평균 61건의 적조가 발생했고, 연평균 116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적조의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발생 지역 역시 넓어졌다. 90년대 이전에는 대개 수온이 높은 7, 8월에 일부 지역에 발생했었지만, 90년대에 이르러 봄과 가을에도 발생하고, 지역도 남해안 전 지역을 넘어 동해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95년에는 수온이 비교적 낮은 강릉 연안에도 적조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적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 지역과 발생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맹독성인 피스테리아 피시스가 확산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조류는 어패류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요즘 우리나라 연안에서 기승을 부리는 코클로디니움의 경우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 장시간에 걸쳐 호흡곤란을 유발시켜 물고기를 질식사시키고 있다. 다행히도 이것의 경우 인체유해 가능성이거의 없다고 밝혀졌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코클로디니움의 독성실험 결과 특이한 독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죽은 어류의 장기 추출물에서도 독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삼근 과장은 “적조현상에 노출된 살아 있는 생선회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만 양식어장의 어류에는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있어 죽은 어류는 모두 폐기처분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조는 발생해야 방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계당국은 적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지방해양수산청 등에서는 선박과 헬기를 동원해 남해 연안의 적조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퇴치를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류양식장 등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해수를 교환하고 먹이 공급을 중단하는 등 수중 산소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한숨은 날씨가 선선해지고 해수온이 낮아져 적조가 소멸되는 9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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