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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돌 ①

국산대리석 알고 보니 ‘최고급 석재’

비중·압축강도 높고 수분흡수율 낮아 고품질 … 천연 아름다움 간직 해외에서도 ‘호평’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국산대리석 알고 보니 ‘최고급 석재’

  •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비단 우리 체질에 맞는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산하 곳곳에 묻혀 있는 ‘한국의 돌’ 중에는 세계 어느 돌과 비교해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이 우수한 것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인체 건강에 좋다는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희귀석들도 많다. ‘주간동아’는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돌의 신비를 찾아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국산대리석 알고 보니 ‘최고급 석재’
9월26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장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끌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질의가 있었다.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현재 서울 용산에 짓고 있는 박물관 전시장 석재공사와 관련해 국산 대리석을 내버려두고 왜 그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외국산 대리석을 쓰느냐”며 따졌던 것.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을 스페인과 터키에서 생산되는 싸구려 대리석(라임스톤)으로 치장하는 것은 민족 자존심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시물과의 조화에도 문제가 많다는 요지였다.

참석했던 문광위 위원들은 이의원의 발언에 약간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대리석이 생산되고 있었는지 의문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사실 천연대리석 하면 흔히 고급자재, 호화사치품이라는 인상과 함께 이탈리아산 수입 대리석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대리석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이 개최된 상암경기장 VIP룸과 김포공항 제1청사 내부 바닥 및 공항 연결 통로, 서울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강남구청역 등에 바로 국산 대리석이 설치됐어요. 한때 김포공항에 설치된 화려하고 독특한 대리석을 보고 ‘국가에서 발주한 공사에 웬 수입 대리석이냐’는 말이 한창 나돌아 발주자측이 국산이라고 일일이 해명해야 할 정도였지요.”

“웬 수입 대리석” 일일이 해명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리석을 생산하고 있는 정선대리석㈜ 호영식 대표의 말이다. 한국에서도 대리석이 생산될 뿐더러 그 품질이나 문양도 이탈리아산보다 더 뛰어나다고 알리는 데만 무려 16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그다.



대리석은 그 품질을 따지는 데 있어서 세계 공통의 기준이 있다. 석재의 치밀하고 단단함을 따지는 ‘비중’과 석재 가공시 광택을 얼마나 잘 낼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압축강도’ 그리고 얼룩이나 색상의 변질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인 ‘수분 흡수율’ 등이 바로 그것. 정선 대리석은 다른 대리석과 비교해볼 때 비중과 압축강도가 매우 높고, 수분 흡수율이 매우 낮아 최상급으로 분류된다고 한다(‘석종별 시험분석 비교표’ 참조).

이에 반해 스페인산 및 터키산인 라임스톤은 압축강도와 비중에서 뒤떨어져 석재가 무르고 마모율이 높은 편이고, 특히 수분 흡수율이 높아 색상과 재질의 변화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이원창 의원이 입수한 자료(2001년 6월14일 박물관건립위원회 건축소위원회 1차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 위원들은 “라임스톤이 한국처럼 기후변화가 큰 나라에는 부적절한 자재이며 방수 및 코팅 처리 등 유지관리비가 과다하게 소요되므로 사용치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벽체 마감재로만 라임스톤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 그런데 2, 3차 회의를 거치면서 ‘설계자의 의도를 존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바닥마감재까지 모든 재료를 라임스톤으로 사용하기로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유지관리비가 필요가 없고 값도 저렴한 국산 대리석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정선 대리석은 외국에서 오히려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세계적 석재 평가기관인 미국 스미스-에머리 연구소(Smith-Emery Laboratories)가 무려 6개월에 걸쳐 정밀 테스트한 결과 고품질의 석재로 판명한 것. 이 때문에 정선 대리석은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인바이런먼츠(Creative Environments)사와 최초로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비단 대리석의 품질만 뛰어난 게 아니다. 색깔과 문양 면에서도 천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게 호사장의 말.

그런데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산 대리석이 지금까지 왜 묻혀 있었었던 걸까. 이와 관련해 민족문화연구원 강동민 이사장의 해석이 흥미롭다.



국산대리석 알고 보니 ‘최고급 석재’

대리석 원석을 잘라내는 작업장

“일제시절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뒤지며 지질조사를 벌였는데, 그때 강원도 지역에 대리석이 묻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 대리석이 한국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사실을 감춘 채 한국의 지질조사 자료들을 깡그리 일본으로 가지고 가버렸다. 8·15 광복 이후 우리 정부는 강원도에 대리석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에너지원인 석탄과 다른 광물질들을 캐내는 데 신경 쓰느라 대리석은 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다.”

현재 국산 대리석이 나는 곳은 강원 정선군 북면 일대. 대리석이 매장된 곳은 10개 광구 825만평으로 최소 500년 이상의 채광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석회석 광구인 이곳에서 대리석이 발견된 것은 한 재일동포 덕분이었다. 일본에서 정선 쪽에 대리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한 재일동포가 이 인근에서 대리석을 발견해낸 것. 결국 이 재일동포는 채광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패하고 돌아갔고, 1985년 채광권을 가지고 있던 호영식 사장이 이탈리아에서 대리석 채광 기술을 도입한 후 본격적으로 대리석을 생산하게 됐다.

호사장은 현재 단 1개 광구에서만 채광한 대리석으로도 국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고 밝힌다. 실제 작업 현장을 방문해보니 산 자체가 아예 대리석 덩어리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강원 정선군서 유일하게 생산

국산대리석 알고 보니 ‘최고급 석재’

천연 그대로의 문양과 다양한 색깔로 외국인에게 더 호평받고 있는 정선 대리석

원석을 가공하는 작업실에서는 다양한 문양과 색깔을 가진 대리석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겨울철의 눈처럼 생긴 대리석, 한국의 산처럼 생긴 대리석, 연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대리석, 심지어는 전등불이 새어나오는 투명한 대리석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대리석들도 있었다.

대리석 산의 중간 기슭에는 최근에 네모 반듯한 모양의 동굴이 조성됐다. 사방이 천연의 대리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인공동굴인 셈. 아름다운 문양들을 감상하느라 그 속에서 한참 있다 보니 몸 속으로 훈훈한 느낌이 파고들어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대리석은 매우 차가운 성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리석 위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시린 게 보통이다. 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리석 위에서 오래 누워 있거나 생활하다 보면 뼈에 냉기가 스며들어 건강을 해치기 쉬우므로 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할 정도다. 길 안내를 한 정선대리석의 손복열 공장장은 “우리 대리석은 성질이 차지 않고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들지요?” 하고 물어왔다.

실제로 정선 대리석은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원적외선응용평가센터)의 평가 결과 인체 건강에 좋다는 원적외선이 상온에서 방사되는 놀라운 효능도 있음이 밝혀졌다. 정선 대리석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

호사장은 품질과 문양과 색깔에서 세계적인 고급품으로 인정받고 게다가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방사되는 정선 대리석은 연 2조원대에 달하는 대리석 수입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저는 광산업을 하기 전에 외국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박물관 등 문화행사장을 많이 다녀봤어요. 세계 유명박물관치고 자국산 대리석을 쓰지 않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물며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면서 경복궁 박물관을 허물고 새로 짓는 마당에 푸석푸석한 외제 대리석만 고집한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앞으로 숱한 사람들이 새로 지은 박물관을 구경하러 올 텐데 국산 대리석이 깔리지 못한 비극적인 미래를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주간동아 354호 (p62~63)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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