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7

2006.03.21

김문수와 진대제, 정치냐 우정이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3-15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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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대제’. 희성(稀姓)에다 이름도 독특하다. 1964년 대구 경북중학교에 입학한 진대제는 친구들로부터 이름 때문에 심하게 놀림을 당했다. 그를 놀린 친구 가운데 ‘김문수’도 끼여 있었다. 360명 정도가 6개반으로 나뉘어 공부하던 당시, 김문수와 진대제는 큰 탈 없이 3년을 보냈다. 그리고 두 친구는 67년 다른 길로 들어섰다. 경남 의령 출신인 김문수는 경북고로, 영천 출신으로 여유가 있었던 진대제는 경기고로 유학을 떠난 것. 헤어졌던 두 친구는 3년 후인 70년, 서울대 교정에서 다시 만났다. 진대제는 전자공학과, 김문수는 경영학과 신입생이 된 것이다. 이후 두 친구의 삶은 또 갈라졌다. 진대제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대표이사 사장 등 성공적인 CEO의 길을 걷다가 참여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직에 오른 반면, 김문수는 재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신분과 일터는 달라도 두 사람의 우정은 이어졌다. 삼성전자 재직시 진 전 장관은 김 의원에게 적지 않은 후원금을 건넸다. 김 의원도 진 전 장관을 챙겼다. 2003년 3월 장관 취임을 앞두고 청문회에 마주 선 진 전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 316호실, 김 의원 방을 찾았다.

    “어떻게 해야 해.”

    “떳떳한데 문제가 되겠어.”

    친구를 배웅한 김 의원은 곧바로 ‘칼을 가는’ 동료 의원들과 당 지도부를 찾았다.



    “진대제는 내 친구다. 내가 그를 잘 안다.”

    옹고집에다 원칙주의자인 김 의원의 강한 태클에 청문회를 준비하던 의원들은 머쓱했다. 진 전 장관은 우정의 가교를 타고 무사히 장관직에 올랐다.

    그렇지만 만난 지 정확히 40년 만에 두 친구가 ‘진검’을 빼 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지사 선거와 관련, 김 의원이 깃발을 든 상태에서 여권이 진 전 장관 카드를 뒤늦게 빼든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 의원은 “(진 전 장관의) 출마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40년 친구와의 우정이 부담스러워서일까. 진 전 장관의 시선도 자꾸만 경기벌을 비켜난다. 김 의원은 “나도 부담스러운데 그라고 다르겠느냐”고 친구의 입장을 헤아렸다. 보다못해 까까머리 시절 ‘진대제’를 놀렸던 중학 친구들이 나섰다. “친구끼리 칼을 빼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그들은 정치보다 우정에 무게를 둔다.

    문제는 얼음장 같은 여야의 대립구도다. 승자독식주의가 판치는 정치현실 앞에 선 40년 우정은 왜소해 보인다. 시간은 가고 결전의 순간은 다가온다. ‘김문수와 진대제,’ 빅매치는 과연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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