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2008.08.19

적극적 안락사와 방어적 글쓰기

  • 입력2008-08-13 1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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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조 선생의 진짜 LEET

    제시문 (가)와 (나)를 참조하여, 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에 맞게 논술하시오(1200~1500자).

    매튜 도넬리는 30년 동안 X레이를 다루어온 전문의였다. 아마도 X레이에 지나치게 노출된 결과였겠지만, 그는 암에 걸려 턱의 일부와 윗입술, 코 그리고 오른손의 두 손가락과 왼손을 잃었으며 실명까지 했다. 도넬리의 의사들은 그가 1년쯤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는 그러한 상태로 목숨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신음하고 있었다. 도넬리는 이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어 그의 세 형제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애걸했다. 두 형제는 거절했으나 36세였던 마지막 동생 헤럴드는 그럴 수 없었다. 헤럴드는 30구경 권총으로 형을 쏘아 죽게 하였다. 헤럴드의 행동이 비난받아 마땅한가 하는 문제가 자연히 제기되었다.


    1. 제시문 (가)와 (나)에서 헤럴드의 ‘적극적 안락사’ 행위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논거를 이끌어낼 것.2. 위 논거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할 것.


    (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되어야 할, 더 이상의 의도가 없는 선의지라는 개념을―이 개념은 이미 자연적인 건전한 지성에 내재해 있고, 가르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단지 계발될 필요만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행위들의 전체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 언제나 상위에 놓여 있어 여타 모든 가치의 조건을 이루는 이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는 의무 개념을 취해보기로 한다. 이 의무 개념은 비록 어떤 주관적인 제한들과 방해들 중에서이기는 하지만 선의지의 개념을 함유하는바, 그럼에도 이 제한들과 방해들이 그 개념을 숨겨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대조를 통해 두드러지게 하고, 더욱더 밝게 빛나게 해준다.



    나는 여기서 이미 의무에 어긋나는 것으로 인식된 모든 행위는, 그것들이 비록 이런저런 의도에는 유용하다고 할지라도 무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행위들은 의무와 상충하기조차 하므로, 과연 그것들이 의무로부터 일어난 것일 수 있느냐 어쩌냐 하는 물음이 이런 행위들에서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실제로는 의무에 맞는 것이되, 인간들이 직접적으로는 그에 대한 아무런 경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다른 경향성으로 인해 그렇게 하도록 몰아세워져 그렇게 한 행위들도 제쳐놓는다. 왜냐하면 그 의무에 맞는 행위가 의무로부터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의도에서 일어난 것인지가 쉽게 구별되기 때문이다. (중략)

    내가 궁지에 빠져 있을 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의도에서 어떤 약속을 해서는 안 되는가 하는 물음이 있다고 하자. (중략) 이러한 준칙은 역시 언제나 오로지 걱정스런 결과들만을 근저에 가지고 있음이 곧 명백해진다. 무릇 의무로부터 말미암아 진실한 것은 불리한 결과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진실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중략) 과연 거짓말 약속이 의무에 맞는가 어떤가 하는 이 과제에 대한 답을 아주 간략하게, 그러면서도 속임수 없이 제시하기 위해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진실하지 못한 약속을 통해 곤경에서 벗어난다는) 나의 준칙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보편적 법칙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것에 정말로 만족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든 그가 거기에서 다른 방도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곤경에 처해 있다면, 진실하지 못한 약속을 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나에게 말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보면 나는 이내, 내가 비록 거짓말을 할 수는 있지만, 도무지 거짓말하는 것을 보편적 법칙으로 볼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법칙에 따르면 아예 약속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나의 거짓 둘러대기를 믿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장차 행위에 대한 의지를 거짓으로 둘러대보았자 그것은 헛일일 터이고, 또 혹시 그들이 그걸 성급하게 믿는다 해도 그들은 똑같은 화폐(즉 위폐)로 내게 되갚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준칙은 그것이 보편적인 법칙이 되자마자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말 것이니 말이다. (중략) 그러므로 정언 명령은 오로지 유일한즉, 그것은 ‘그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것을, 그 준칙을 통해 네가 동시에 납득할 수 있는, 오직 그런 준칙에 따라서만 행위하라’는 것이다.

    (나) 아무리 도덕의 근본 원칙으로 그리고 도덕적 의무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수많은 구체적인 도덕들을 고려할 때 어떤 행위들이 행복에 끼칠 영향이 가장 중요하고 심지어 가장 우선적인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학파는 없다. (중략)

    최대행복의 원칙에 의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선을 고려하고 있거나, 아니면 타인들의 선을 고려하고 있거나 간에) 다른 모든 것이 그것을 참조해서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바람직하게 되는, 그 궁극적인 목적은 가능한 한 고통에서 해방되고, 가능한 한 풍부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공리의 원칙에 따라 그것은 인간 행위의 목적이기에 또한 필연적으로 도덕의 기준이 된다. 그 기준에 맞춘다면 인간의 행위를 위한 규칙들과 격언들은, 만약 준수하게 되면 고통을 겪지 않고 즐거움을 향유하는 존재들이 가능한 최대한도로 모든 인류까지 확대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나아가 오직 인류에 한하지 않고 사물의 본성이 허용하는 데까지 나아가 종국에는 모든 유정(有情)적인 생명체도 고통을 겪지 않고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나 격언들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순간적인 당황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또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당장의 이익이 되는 어떤 것을 얻을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때로는 편익을 준다. 그렇지만 정직함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우리 자신을 계발하는 것은 우리가 행위하는 데서 가장 유용한 도움을 준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위와 같은 초월적인 편익을 주는 규칙을 파괴해버리는 것은 결국은 우리에게 편익을 주지 않을 것이다. (중략)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처럼 신성한 규칙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중략)

    그러나 예외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또한 아주 조금이라도 성실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이 예외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야 하며 가능한 한 그 범위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공리의 원칙이 어떤 무엇에게 좋은 것이라면, 서로 간 상충하는 이익들을 비교한 후 이것 또는 저것이 우세하게 되는 범위를 지정하는 것도 틀림없이 그 무엇에게 좋은 것이다.


    “자, 문제를 잘 풀어보았는가? LEET 논술에선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확실하게 정하고, 제시된 글로부터 그 견해를 지지하는 논거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네. 그럼 나의 풀이를 보게나.”

    강남 조 선생의 진짜 LEET 쉽게 풀기

    (1) 제시문 (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자.

    (가)에 의하면, 우리의 모든 행위는 의무에 따라야 하며, 이는 어떠한 경향성이나 이익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저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행위 준칙이 의무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보편적 법칙으로 타당한지 아닌지를 따져봄으로써 알 수 있다.

    (2) 제시문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자.

    (나)에 의하면, 도덕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은 고통을 없애고 즐거움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을 겪지 않고 풍부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존재를 최대로 확장하는 것이 도덕 규칙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하지만 (나)에 의하면, 이러한 도덕 규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면, 애초의 도덕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공리의 원칙에 따라 규칙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

    (3) 제시문 (가)와 (나)에서 적극적 안락사 문제에 대한 적절한 찬반 논거를 이끌어내자.

    (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적극적 안락사는 반대될 것이다. 살인을 해선 안 되는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 따르면,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적극적 안락사가 고통을 줄이고 즐거움을 늘린다고 본다면, (나)를 통해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하는 논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볼 때 행복을 최대화하는 길이라고 본다면, (나)를 통해 적극적 안락사를 반대하는 논변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선 자신의 견해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을 미리 방어하는 글쓰기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적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주장을 펼치려 한다면, 살인을 해선 안 된다는 우리의 일반적 도덕 원칙에 대한 답변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적극적 안락사가 일반적 도덕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반대로 적극적 안락사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 한다면, ‘공리의 원칙’에 의한 ‘예외 사항’ 주장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의무를 지키는 것이 이익도 크다고 주장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


    “어때? 내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해설의 마지막 단락에 언급한 ‘방어적인 글쓰기’는 LEET 논술에서 고득점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네. 방어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선 스스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자신의 견해를 반박해보고, 그에 대해 답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네. 그러기 위해선 자신과 반대되는 견해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떠한 논거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지를 파악해둘 필요가 있지. 여하튼 ‘방어적인 글쓰기’와 관련한 더 자세한 얘기를 내 친구 하 선생에게 부탁해두겠네. 중요한 부분이니 잘 배워두도록 하게.”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척척박사 하 선생의 LEET 돋보기

    ◎ 논술의 핵심, 논증적 글쓰기


    글을 쓴다는 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에요. 바쁜 일정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스트레스가 상당하답니다. 그런데 하물며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자웅을 겨루는 LEET의 논술시험이야 일러 무엇 하겠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LEET 논술은 생각처럼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LEET 출제 기관에 따르면 논술시험은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측정한다고 해요. 논리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논증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다면 논술의 핵심은 논증적 글쓰기라고 볼 수 있죠.

    그럼 논증적 글쓰기의 기본 구조부터 알아볼까요? 논술은 ① 논제, 즉 다루어야 할 문제가 제시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논술문에 담겨야 할 주장은 바로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이겠네요. 그것도 ② 좋은 답변이어야 할 테고요. 그 주장에다 그와 관련한 ③ 주요 근거들을 제시하면 비로소 논증이 완성돼요. 그리고 이 또한 좋은 논증이어야 할 테니, 일전에 배운 ‘좋은 논증의 조건’을 고려하여 ④ 각 전제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⑤ 전제들로부터 결론으로 논리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겠네요.

    논술문을 작성할 때는 항상 이러한 구조를 만족시켜야 해요. 그리고 이 구조만 만족시키면 훌륭한 논술문이 될 수 있어요. 함께 확인해볼까요? ‘강남 조 선생의 진짜 LEET’ 문제를 보죠. 문제를 살펴보면 ‘제시문 (나)에서 헤럴드의 ‘적극적 안락사’ 행위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논거를 이끌어낼 것’과 같은 하위 문제가 나타나죠.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주장과 근거를 마련해야겠네요. 제시문 (나)를 분석해 자신의 견해를 찾으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견해를 논증으로,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거예요.

    [전제 1] 도덕적 행위는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전제 2] 형을 죽인 헤럴드의 행동은 행복을 최대화하지 않는다.

    [결론] 형을 죽인 헤럴드의 행동은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잠깐,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이것이 좋은 논증인지를 검토하셔야 해요. 우선 [전제 1]은 받아들일 만한가요? 제시문 (나)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여러분의 언어로 자세히 해석하고 정리해보세요. 다음으로 [전제 2]는 받아들일 만한가요? 헤럴드의 행동이 행복을 최대화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해당하는 구체적 사건, 사례 등을 증거로 확보해두세요. 마지막으로 이 논증은 연역 논증이니 전제와 결론의 연결성은 더 따질 필요가 없네요. 이제 생각이 조금 풍성해졌으니 지금 한 생각 그대로를,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글로 옮겨보세요. 이것이 바로 논증적 글쓰기랍니다.

    (나)에 의하면, 우리의 행위가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그 행위가 우리의 행복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도덕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 즉 모두가 고통을 겪지 않고 즐거움을 향유하는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우리는 헤럴드의 행동을 도덕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헤럴드의 행동을 통해 형과 자신의 고통을 줄였을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그들에게 즐거움이 늘어나지는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형을 죽인 기억은 헤럴드에게 새로운 고통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정리해볼게요. 먼저 여러분의 논증을 꾸미세요. 그리고 그것이 좋은 논증인지 스스로 검토해보세요. 그런 다음에 논리적으로 정리된 논증을 실제 논증적인 글쓰기로 전환하세요.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어요. 첫째, 각각의 근거를 분명한 언어로 자세히 풀어주셔야 해요. 둘째, 각 근거들이 받아들일 만하다는 증거를 적으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각 근거들이 결론에 연결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문장을 구성하셔야 해요.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4~6개의 문단으로 이루어진 논증적 글을 만드신다면 분명 훌륭한 논술문이 될 거예요.

    하상용 논리와비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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