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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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정리 ‘X파일’부터 만들어라

‘얕고 넓게, 좁고 깊게’ 책 읽기 필요 … 특정 주제로 논쟁 연습·시사 따라잡기 게을리 말아야

  • 오송식/ 광양제철고 국어 교사

    입력2002-11-14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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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동아’는 3회에 걸쳐 대입특강을 게재한다. 1회는 논술과 구술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방법, 2회는 명강사로부터 듣는 논술비법, 3회 면접구술 테크닉으로 진행된다.
    정보정리 ‘X파일’부터 만들어라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정답을 확인하는 수험생들. 올해도 대학마다 논술과 구술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이 구절은 김승옥의 단편 ‘무진 기행’의 끝부분이다. 주인공이 버스로 무진을 떠날 때 본 길가 팻말에 적혀 있는 이 말은 하나의 의식세계를 마감하고 정반대의 의식세계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수능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은 곧바로 논술·구술의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 시간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1. 사고의 방향을 전환한다

    수험생들은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인 수능을 통해 정답이 아닌 것부터 지워나감으로써 정답을 찾아가는 수렴적(收斂的)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 사고 과정이 일방적으로 바깥에서 안으로만 향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논술과 구술은 특정 사물이나 사태에 관해 자신의 세계관에 입각해 판단하고 비판하는 창조적 자기표현 행위다. 즉 발산적(發散的) 사고가 필요하다.

    발산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표현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 기회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혼자서도 면접 상황을 설정해서 또렷하게 말하는 연습을 한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로 쓰는 연습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2. 나만의 X파일을 만든다



    어떤 일의 업무 양과 질이 너무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고,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코끼리를 요리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그러나 왜 방법이 없겠는가. 코끼리를 수없이 많은 토막으로 잘게 썰어 여러 개의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 이틀, 사흘 조금씩 요리해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코끼리 한 마리를 다 먹어치운다. 이것을 ‘코끼리 효과(Elephant Effect)’라고 한다.

    수험생들이 보기에 ‘면접구술 및 논술’은 거대한 코끼리처럼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열쇠는 작고 구체적인 일부터 실천하는 데 있다. 우선 나만의 X파일을 만든다. 두툼한 노트를 하나 장만해 몇 개의 분류 체계로 항목을 설정하여 견출지를 붙인다. 그 다음 수시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해당 주제 부분에 기록해둔다. 이때 기록의 형식이나 깔끔한 외형에 신경 쓰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므로 자유롭게 작성한다.

    ‘나만의 X파일’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재활용하여 표현해가는 창조적 행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노트에 ‘인문사회, 역사, 사회과학, 문화예술, 시사’ 항목으로 분류해 나름대로 기록하는 과정은 ‘인문관, 역사관, 과학관, 예술관, 시사관’이 들어갈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특징 있는 건물,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건축자재, 우연히 마주치는 성곽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연물까지도 자신이 지어가고 있는 건물과 연관시키면서 ‘아하! 저것은 내 건축물 어디에 활용하면 좋겠구나’ 하는 식으로 관찰하게 된다.

    다시 말해 모든 관찰 대상을 문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에서 통찰력이 배양되고 자연스럽게 독창적 세계관이 형성된다.

    3. 시간은 늘 빠듯하면서 충분하다

    정보정리 ‘X파일’부터 만들어라
    대입전형 일정을 살펴보면 ‘가군’이 12월25일경부터, ‘나군’은 내년 1월5일경부터 실시된다. 수험생들이 착실하게 논술·구술을 준비할 시간은 45일 정도가 남았다. 앞으로 한 달간은 기본소양 준비기간으로 설정하여 신문·잡지 읽기, 책 읽기, 기초 자료 수집, 논술 쓰기, 인터넷 검색 등에 할애한다. 그 다음 10~15일 정도는 지원한 대학의 모집 단위 논·구술 경향에 맞춰 실전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마무리한다.

    지원대학의 기출 문제와 해설, 출제 방침 등은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므로 수시로 방문해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하루 일과의 활용은, 오전중에 신문·잡지 읽기, 책 읽기를 주로 하고, 오후에는 학교나 학원에 나가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일정 주제에 대해 토론해본다. 밤에는 책이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정리한다.

    앞으로 45일여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이것저것 읽을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독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얕고 넓게 독서하기’와 ‘좁고 깊게 독서하기’를 알맞게 혼합해야 한다. 얕고 넓게 독서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문, 주간지, 월간지 등을 매일 읽되 각각 다른 발행사의 것을 교차 구독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배웠던 윤리, 정치경제, 국어 교과서도 다시 한번 읽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반상식 책도 한 권 정도 반드시 읽는다. 논술과 면접·구술 참고서도 각각 1권 정도는 보도록 한다.

    좁고 깊게 읽기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각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시의적절하면서도 타 주제로의 확산 효과가 크고 자신의 관점과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몇 권은 깊이 있게 읽는다. 다음은 필자가 권하는 필독서. 앨빈 토플러의 ‘권력 이동’,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조지 오웰의 ‘1984년’, 리영희의 ‘스핑크스의 코’.

    5. 고전이냐 시사냐

    정보정리 ‘X파일’부터 만들어라

    막바지 눈치작전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목표로 하는 대학과 전공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그 대학의 모집 단위별 논술과 구술 경향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올해 논술·구술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사적인 주제들을 살펴보면, ‘테러 문제로 야기된 세계질서와 헤게모니’ ‘월드컵으로 인한 국민정서 통합과 집단 신드롬‘ ‘남북 화해와 통일’ ‘대통령 선거와 지역 갈등과 화합’,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초고속 인터넷과 정보사회 문제’ ‘사회 안녕을 위한 권력의 폭력과 인권 문제’ 등을 꼽을 수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개별적 특수적’ 시사문제들을 ‘일반적 보편적’ 시각과 연결지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9·11 테러, 최근의 인도네시아 발리섬 나이트클럽 폭파 사건, 필리핀 국내의 각종 테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제로 한 각종 시사문제 등은 그 자체를 피상적으로만 원용하는 것은 올바른 공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것은 “이슬람의 경계선은 피에 젖어 있다”는 새뮤얼 헌팅턴의 시각이나, 미국 주도의 서구 문명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를 주도하는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는가,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외교의 세계에서 앞으로 각국은 어떻게 짝짓기를 할 것인가 하는 등의 고전적 시각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6. 짧은 기간 안에 논리력을 키울 수 있을까

    논술과 구술을 준비하는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나는 논리력이 약한데, 그것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의 배경에는 논·구술은 논리학 수준의 엄밀한 논증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잘못이 있다. 논·구술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는 것을 요구할 뿐 논리학 수준의 논증구조를 갖춘 논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건전한 세계관에 입각해 합리적인 생각을 상식 논리에 맞게 표현하면 충분하다.

    시간이 촉박한 시점에서 논리학 계열의 책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어려운 논리적 규칙들 때문에 수험생이 위축될 위험이 있고, 실전에서는 그처럼 엄밀한 수준의 논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논·구술에서 필요한 ‘상식적 논리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생각을 많이 표현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각종 TV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인터넷상의 각종 논쟁에 직접 참가해보거나, 친구들과 그룹을 짜서 특정 주제에 대해 논쟁하는 연습을 한다. 특히 TV토론을 시청하거나 신문 사설이나 칼럼을 읽을 때 나름대로 자신의 관점과 주장을 정해놓고 비판하면서 본다.

    정보정리 ‘X파일’부터 만들어라

    12월2일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곧바로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올해는 수험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시 논·구술 전형을 수능 이후로 잡고 있어 참고할 논술자료가 풍부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몇몇 대학이 수시전형에 출제된 논술 문제와 각 대학별 2003학년도 모의논술을 통해 경향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예년처럼 제시문을 2개 이상 주고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해석한 바탕 위에서 논술하도록 요구한다. 둘째, 개별적으로 나타난 오늘날의 사회현상에서 일반적 원리를 추출하여 그것을 분석 평가하도록 한다. 셋째, 일반 원리인 고전적 시각과 개별적 현상인 시사상식들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다.

    예를 들어 고려대 2003학년도 수시전형 논제는, 현대사회에 나타난 소비현상과 관련된 제시문 3개를 주고 각각의 제시문에 함축된 내용을 모두 반영하여 소비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설명하고 현대사회의 소비의 특성에 대해 논술하라는 내용이었다. 경희대 모의논술은 현대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2개의 제시문을 주고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이러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어떠한 경제상황에 처하게 되는가를 제시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운영 방향에 대해 논술할 것을 요구했다.

    좋은 모범답안은 다음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 첫째, 남들이 흔히 쓰지 않은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독창성이 드러난다. 둘째, 제시문을 간결 명료하게 요약 정리하되 자신의 관점에서 새로운 원리를 추출한다. 셋째, 논지가 일관성 있고 주장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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