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0

2022.07.29

고가주택 기준이 뒤죽박죽된 까닭은…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향후 분양 기준, 대출 규제 조정도 정부 검토 필요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2-07-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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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경.[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경.[뉴스1]

    “고가주택을 아시나요?”

    기획재정부(기재부)가 7월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굵직굵직한 내용이 많다. 언론의 주목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이런 이유로 부동산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1가구 1주택자에게 적용될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현재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라간다. 기재부는 “기본공제금액을 현실화하고 양도소득세(양도세)와 고가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주택임대소득 과세 고가주택 기준도 현행 ‘기준시가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높이기로 하고 “과세기준 합리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12억 원 초과로 기준 변경

    그동안 정부의 고가주택 기준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2008년 10월 이후 10년 넘도록 별다른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특히 집값이 크게 오른 문재인 정부 때 고가주택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소득세법을 개정해 양도세에 대한 고가주택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이번에 종부세와 주택임대주택 관련 고가주택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하면서 14년 만에 고가주택 기준은 12억 원 초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다만 법 개정 사항인 만큼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또 아파트 분양 규정과 대출 규정에도 고가주택 기준 높이를 맞춰야 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고가주택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고가주택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7년 1월이다. 당시 중동 특수로 오일달러가 국내에 쏟아져 들어왔고, 여유자금이 부동산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과세 대상에 토지뿐 아니라 주택이 포함됐다. 당시에는 고가주택이 아니라 ‘고급주택’으로 분류됐으며 과세 대상은 5000만 원 이상인 주택(주택 연면적 330㎡ 이상, 부속토지 연면적 660㎡ 이상)과 아파트(연면적 330㎡ 이상)였다.

    정부가 고급주택 기준을 다시 손질한 것은 12년 뒤인 1989년 8월이다. 이 기간에 거의 매년 소득세법 시행령은 평균 2회 이상 개정됐지만 1주택자 판정 거주 기준이 신설, 강화되는 부분적인 조정이 이뤄졌을 뿐 가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데 88서울올림픽 특수에 저금리, 저유가, 원화 약세로 대변되는 ‘3저 호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소득세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그 대신 과세 대상인 고급주택 기준을 대폭 현실화했다. 그 결과 기준금액은 5000만 원에서 1억8000만 원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면적 기준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아파트가 330㎡에서 164㎡로, 단독주택은 330㎡에서 265㎡로 줄어든 것이다.

    이후부터 고급주택(고가주택)의 기준금액 조정은 수시로 이뤄졌다. 2년 뒤인 1991년 1월 기준금액은 1억8000만 원에서 5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어 4년 뒤인 1995년 6월 5억 원 초과로 올라갔고, 다시 4년 뒤인 1999년 9월 6억 원 초과로 바뀌었다. “근로소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2003년에는 아예 이름이 고급주택에서 고가주택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2008년 10월 기준금액이 9억 원 초과로 다시 올라갔다. 평균 4년 만에 한 번씩 시장 상황에 맞게 기준을 조정한 셈이다.

    그런데 2008년 10월 이후가 기준금액 조정의 마지막이었다. 이후 2017년까지는 시세 변동이 크지 않아 조정 요구 수위가 높지 않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상황이 달랐다. 집값이 다락처럼 올랐기 때문이다. 고가주택 기준 상향에 대한 요구가 계속됐지만 ‘부자감세’로 비칠 것을 두려워한 문재인 정부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일 갑자기 고가주택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을 단행했다.

    13년 만의 결정이었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부작용도 뒤따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말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납세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실이 알려지고 민심이 폭발하자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법 개정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고가주택 기준 변경 수시로 이뤄져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 청담’.[뉴스1]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 청담’.[뉴스1]

    우선 개정 소득세법의 다른 내용은 대부분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해놓고, 고가주택 부분은 공포일(2021년 12월 8일)부터 즉시 시행하게 하는 이중 조치를 취했다. 또 그동안 고가주택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해왔다. 그런데 상위법인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고 고가주택 기준을 12억 원으로 명시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본법과 시행령의 고가주택 기준이 서로 다른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고가주택 기준이 단순히 양도세뿐 아니라 종부세 등 세금 부과나 금융기관 대출, 부동산 수수료 산정 기준으로도 활용되는데 이를 간과한 것도 문제였다. 예상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가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당시까지 종부세 과세기준은 11억 원이었다.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으로 과세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 7일 전격적으로 기준금액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결과다.


    가격산정 체계 정리 필요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세제개편안을 만들면서 그 이유를 종부세와 임대주택 고가주택 기준을 12억 원으로 높이고, 양도세와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이다. 12억 원은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를 고려할 때 적정 수준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4821만 원이다. 통상 한국부동산원보다 높게 책정되는 KB부동산의 경우 12억7992만 원이다.

    하지만 고가주택 기준과 관련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여럿 있다. 우선 뒤죽박죽인 가격산정 체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양도세 과세기준이 되는 12억 원은 실거래가 기준인 반면, 종부세 기준금액인 11억 원은 공시가격이 기준이다.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반영 비율) 70.2%를 반영하면 양도세 고가주택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8억4240만 원으로 내려간다.

    9억 원(분양가 기준)으로 묶여 있는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에 배정하는 아파트 특별 공급 기준도 조정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18년 신설되면서 당시 고가주택 기준에 맞춰 정해진 금액 기준이다. 대출 관련 고가 기준 규제도 검토 대상이다. 9억 원 초과(실거래가 기준)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살 때 9억 원 이하면 LTV 40%, 9억 원 초과분부터는 20%가 각각 적용된다. 15억 원 초과 주택은 대출이 아예 금지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운데 30% 이상이 15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황재성 부장은…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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