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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G 경영 발원지 충주 인등산에 ‘넷제로(Net Zero)’ 심다

인등산은 최종현 회장 때부터 50년간 이어진 ‘그린경영’실

  • 충주=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SK, ESG 경영 발원지 충주 인등산에 ‘넷제로(Net Zero)’ 심다

인등산 위에서 내려다본 ‘SK 수펙스 센터(SUPEX center)’. 이곳에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 SK그룹]

인등산 위에서 내려다본 ‘SK 수펙스 센터(SUPEX center)’. 이곳에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 SK그룹]

“충북에는 ‘천지인(天地人)’을 뜻하는 3개의 산이 있습니다. 천(天)등산, 지(地)등산, 인(人)등산이 그것인데, 임진왜란 때 삼등산 아래로 피신하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했고 마을을 이뤘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인등산은 사람과 인재를 중요하게 여긴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님의 유훈이 이어져오는 곳으로, 최근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50년 전통의 SK그룹 ESG 발원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린 6월 15일, 인등산 ‘SK 수펙스 센터(SUPEX center)‘에서 열린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 개관식에 참석한 성웅범 SK수펙스 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2030년까지 탄소 2억t 감축한다”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인등산은 고도 667m로 오른쪽으로는 충주호가, 왼쪽으로는 남한강이 자리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하지만 5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바위와 잔풀밖에 없는 민둥산이었다. 당시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 산지가 황무지로 변해가는 걸 안타깝게 여긴 최종현 선대회장은 인등산을 포함해 천안 광덕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SK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근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내부(왼쪽).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선대회장이 부인 고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던 모습. [사진 제공 · SK그룹]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내부(왼쪽).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선대회장이 부인 고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던 모습. [사진 제공 · SK그룹]

이날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SK그룹의 ‘넷제로(Net Zero)’ 경영 의지를 함축해놓은 공간이다. SK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2050)보다 앞서 넷제로 경영을 조기에 달성하기로 결의했다.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t)의 1%(2억t)를 줄여 넷제로 경영에 속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넷제로는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게 하자는 의지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선보였던 전시와 같은 내용으로 꾸며졌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과 함께 상쾌한 숲 향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전시관 내부는 인등산과 자작나무 숲을 모티프로 꾸몄는데, 중앙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를 설치했고 나무 주변으로 ‘9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넷제로 달성 방법론’이 담긴 키오스크를 배치했다. 모바일 도슨트로 키오스크의 특정 아이콘을 촬영하면 SK가 구축한 9개의 친환경 기술 생태계와 탄소 절감 효과를 증강현실(AR)로 볼 수 있다.



4개 벽면 전체가 하나의 화면으로 꾸며져 있는데, 영상 초반에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과 황폐화된 자연이, 후반에는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 ‘SK 매니페스토’가 상영된다. 영상이 끝나자 전시관 한쪽 벽면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통유리 밖으로 산안개에 둘러싸인, 녹음이 울창한 인등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의 ESG 경영을 상징하는 인등산에 탄소중립 경영 의지를 다지는 전시관을 개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현재 9개 분야에 걸쳐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2030년까지 탄소를 감축해나갈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 3730만t △저전력 반도체 등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160만t △차세대 배터리 등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로 750만t △도시 유전 사업 등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670만t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만든다

SK그룹의 ESG 경영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돈도 안 되는 임업을 왜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최 선대회장은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 지역 주민을 살리고, 인재를 키우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조림 사업을 밀어붙였다. 현재 SK임업이 관리하는 조림지는 총 4500ha로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이른다. 이곳에서 자작나무, 호두나무, 가래나무 등 400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연간 차량 1만5400대의 이산화탄소(CO2)를 빨아들인다.

성웅범 소장은 “임업 초기 정부에서는 치산녹화 정책으로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를 주로 심었지만, 선대회장은 자라는 속도는 느려도 산소 배출 및 탄소 흡수량이 많은 가래나무와 자작나무 등 활엽수를 심게 했다”고 말했다. 또 임지 확보 당시 주변에서는 “이왕 산을 매입할 거면 수도권 주변 산을 사 투자 효과를 누리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최 선대회장은 “나는 땅 장사치가 아니다. 수도권은 주변이 개발되면 조림지도 다 훼손될 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산간 오지 임야만 둘러봤다고 한다. 조림지 확보 후에는 수시로 해당 산을 찾아 직접 지게를 메고 산에 올라 나무를 심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조림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뒤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러한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한 차원 더 높은 ESG 경영으로 조림 사업을 발전시켰다.

최 회장은 2012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지주회사인 SK㈜에 편입한 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해외에서 조림 사업을 시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현재 SK는 전국 공유림·사유림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림으로 감축한 탄소량을 측정해 탄소배출권으로 인증한 뒤 이를 산주(山主)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이다. SK는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환경보전과 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시각으로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면서 “숲을 소재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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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44호 (p18~19)

충주=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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