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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국정과제로 탄력받는 분당·일산 1기 신도시 재건축

분당 “이웃 단지 ‘헤쳐 모여’ 랜드마크 조성”, 일산 “저평가 집값 높일 기회”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새 정부 국정과제로 탄력받는 분당·일산 1기 신도시 재건축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지호영 기자]

“재건축 규제 완화야 환영할 일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주민)
“더불어민주당(민주당)만 찍어줬더니 집값은 분당 절반 수준에 머문다. 재건축에 힘을 실어달라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표를 줬는데 국민의힘이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주민)

서울 제친 1기 신도시 집값 상승률

정권교체로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선 후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대선 후 2개월(3월 10일~4월 22일) 동안 0.26%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25%에서 0.08%로 낮아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0.52%), 부천시 중동(0.29%), 성남시 분당(0.26%), 군포시 산본(0.14%), 안양시 평촌(0.12%) 순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올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올해 안으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주택 10만 채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것이 뼈대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토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정책의 구체적 복안은 담기지 않았다. 인수위가 4월 25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주민 사이에선 “대선이 끝나니 말을 바꾸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5월 4일 오후 2시에 찾은 성남시 서현동 시범단지 우성 아파트. 인접한 삼성한신, 한양, 현대 아파트와 함께 ‘분당시범단지’를 구성하는 곳이다. 시범단지는 1기 신도시 대표 격인 분당신도시에서도 가장 이른 1991년 9월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다. 삼성한신(1781채), 우성(1874채), 한양(2419채), 현대(1695채) 아파트를 합쳐 7768채 규모의 매머드 단지로,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서현역이 가깝고 인근에 상업시설과 분당중앙공원이 자리해 전통적으로 분당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곳이다. 분당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현중고교를 품은 ‘학군지’로도 명성이 높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넘겼지만 그간 관리를 잘했는지 외관상 크게 노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각 단지 출입구에는 ‘분당시범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곳 4개 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분당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추진을 준비하는 모임을 결성했다.

재건축 추진 준비 모임 속속 결성

경기 성남시 서현동 시범단지 우성아파트에 걸린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 플래카드.[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서현동 시범단지 우성아파트에 걸린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 플래카드.[지호영 기자]

실제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서현동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시피 하다 2월 즈음 급매물이 거래됐고 그 후엔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며 “다만 입주 날짜는 상관없으니 좋은 매물이 없냐는 문의 전화가 이따금 오는데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범단지 우성 아파트 전용면적 84㎡(32평형) 한 채가 3월 17일 14억6500만 원에, 두 채가 19일 각각 14억6500만 원과 14억7500만 원에 팔렸으나 그 후 이렇다 할 거래가 없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매물 잠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근 주민은 “이곳 시범단지의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새 정부가 약속대로 재건축 추진에 힘을 실어줄지 일희일비 않고 조용히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시작되면 투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주민들은 “아파트 투자와 투기를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느냐” “자기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고 비난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근처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나 재건축 사업 관련 규제가 너무 강해 지난 3~4년 동안 인근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은 대부분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용적률 상향보다 사업 속도가 중요

경기 성남시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지호영 기자]

이날 찾은 분당 시내 곳곳에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시범단지와 분당중앙공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수내동 양지마을에도 “분당 재건축하잔 마리오~” “분당 재건축 꿈을 함께 이뤄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근처 상가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호가가 1억 원가량 올랐다. 2~3주 전까진 문의 전화가 많이 왔는데 요 며칠은 뜸하다. 다들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양지마을은 1992년 입주한 금호(1490채), 한양(2006채) 아파트와 청구(896채) 아파트가 속한 곳으로 근처 시범단지, 파크타운과 함께 분당의 대표 단지 중 하나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자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3월 공동으로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분당에선 인근의 서로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신도시의 같은 ‘마을’ 안에선 아파트 브랜드가 다르더라도 용적률이나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며 “인근 아파트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하면 대형 시공사를 선정해 대규모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흔히 재건축 사업 성공을 위해선 용적률 상향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사업성을 높이고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분당 지역 아파트 단지의 평균 용적률은 184%.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을 평균 300%, 일부 역세권은 500%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분당에선 용적률 상향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을 원하는 이곳 주민들도 용적률 상향보다 사업 시행 속도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분당은 일대일 방식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바로 옆 판교신도시라는 바로미터가 있다. 따라서 분당에 재건축으로 신축 아파트가 생기면 미래 가치가 높아지리라는 게 당장 실감되는 것이다. 우수한 입지를 고려하면 재건축 후 분당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못해도 25억 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과정에서 채별 분담금이 높아져도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이익인 셈이다. 다만 분당 이외에 다른 1기 신도시는 용적률 변동, 인프라 신설 등 변수에 따라 재건축 가능성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

여야 정치권에 배신감 또는 불안감

입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촉구하며 내건 플래카드들.[지호영 기자]

입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촉구하며 내건 플래카드들.[지호영 기자]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일산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일산동구·일산서구에 위치한 일산은 개발 당시 주택 수 6만9000채로 1기 신도시 중 분당(9만7500채)에 이은 두 번째 규모였다. 각각 4만2000채인 중동·평촌·산본보다 큰 덩치에 경기 북부 유일의 1기 신도시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점차 분당과 아파트 가격 차이가 벌어졌고 주민들 사이에선 “일산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불만이 적잖았다. 이 때문에 재건축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열망이 높다. 일산에서는 마두동 구축 아파트 단지들이 전통적인 대표 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 준공한 킨텍스원시티2블럭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3월 29일 16억55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킨텍스 인근 신축 대단지도 신흥 강자로서 인근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

마두동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은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오고 작은 평형대 아파트가 밀집해 채 수가 많은 단지는 주차 공간도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금 단지별로 입주자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드는 등 한창 재건축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뜸한 상황은 일산도 마찬가지다. 일산동구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문의 전화는 이따금 오는데 매물은 아파트 단지마다 평형대별 한두 곳 정도로 많지 않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나와 반년 가까이 팔리지 않던 급매물들이 대선 후 해소되고서는 지금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최근 정치권의 재건축 정책 방향을 두고 “오랫동안 민주당을 찍어줬더니 돌아온 것은 분당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집값이라는 배신감뿐인데, 국민의힘에 표를 줘도 또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산을 비롯한 고양시는 20·21대 총선에서 고양갑(고양시 덕양구) 심상정 의원을 빼고 나머지 3개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전통적인 민주당계 정당 강세 지역이다. 1기 신도시 표심을 잡기 위해 민주당은 5월 4일 ‘1기 신도시 주거환경개선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용적률 최대 500% 상향, 재개발·재건축 신속 협의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1기 신도시 재건축 민심 확보가 주요 의제로 부각된 것이다. 평촌, 산본, 중동 등 다른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도 속속 재건축 추진을 준비하는 주민 모임이 결성되면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재건축 완공까지 20년… 지금 준비해야”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정적·계획적 추진을 주문했다. 김인만 소장은 “1기 신도시 아파트들 상태를 보면 당장 살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도시정비사업은 완공까지 15~20년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미래를 대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장기적인 재건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시장이 겨우 안정되는 가운데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펌프질은 부적절하다”면서 “새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는 등 시장을 안심시키는 신호를 보내고 투기 억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조성된 인프라를 활용해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주택시장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과도한 규제로 억누른 재건축 시장을 정상화하는 한편, 지나친 시장 과열을 막을 대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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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38호 (p4~8)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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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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