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4

2021.11.12

테이퍼링 4번 중 3번, 글로벌 증시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첫 등장 용어… 내수 위축 야기할 수도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입력2021-11-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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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1월 4일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1월 4일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긴축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고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한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명목국내총생산(GDP)의 8.8%에 달하는 1조8400억 달러(약 2172조 원) 재정지출 패키지를 담은 ‘미국 구조 계획법(American Rescue Plan Act)’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돼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물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테이퍼링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준의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는 여타 국가의 분위기는 우려감이 높은 듯하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자칫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이퍼링의 정확한 의미와 앞선 테이퍼링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美 연준에 쏠린 눈

    먼저 테이퍼링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테이퍼링(tapering)은 사전적 의미로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뜻이다. 금융 상황을 설명하면서 테이퍼링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다. 그는 2013년 5월 의회 증언 도중 “시장에 돈을 푸는 속도를 천천히 줄이면서 향후 금리인상 기초를 다지겠다”고 발표하며 테이퍼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때부터 테이퍼링은 금융 부문에서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나면서 정부가 앞서 취한 유동성 공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테이퍼링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따라서 테이퍼링이 금융시장을 비롯한 실물시장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는 금융위기 이후 사례뿐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전 세계 유동성 공급이 축소된다. [GETTYIMAGES]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전 세계 유동성 공급이 축소된다. [GETTYIMAGES]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적으로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하는 테이퍼링을 시도한 시기는 크게 네 차례다. 첫 번째 시기는 2009년 2분기~2010년 2분기. 이 기간 미국은 1차 양적완화를 종료했다. 영국 또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끝낸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당시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규모는 월평균 2150억 달러(약 253조7000억 원)에서 제로 수준으로 축소됐다.



    첫 번째 테이퍼링 기간 세계 금융시장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주가 수준을 가늠할 MSCI 세계 지수(World Index)는 38% 가까이 급상승했다. 주요국 국채금리(10년물)는 50~180bp(0.5~1.8%p) 하락했다. 이 기간 세계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오히려 활성화된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신용 팽창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이 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테이퍼링 시기는 2011년 2~3분기다. 이 기간 미국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했으며, 일본 또한 단기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이 기간 월평균 자산 매입 규모는 400억 달러(약 47조18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이점은 두 번째 테이퍼링 기간에 전개된 유동성 축소 규모가 첫 번째보다 적었는데도 글로벌 주가가 17%에 달하는 큰 폭 하락을 보였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고조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가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을 야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테이퍼링 시기는 2014년 1분기~2015년 1분기다. 미국은 3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2014년 10월)했으며, 유럽은 기존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만기 상환에 따른 보유 자산 감축을 진행했다. 이 기간 전개된 유동성 공급 축소 수준은 상당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체로 상승세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마지막 테이퍼링은 2016년 6월부터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 기간을 꼽을 수 있다. 이 기간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테이퍼링이 증시를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제 현상은 자연법칙처럼 동일하지 않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할 때 테이퍼링이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테이퍼링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며, 세계경제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는지에 따라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테이퍼링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경제 현상은 자연법칙처럼 항상 동일한 양상을 보이며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테이퍼링이 금융시장에 일정 수준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동일하리라는 법은 없다.

    테이퍼링을 비롯한 미국의 통화긴축은 내수 위축, 장기금리 및 달러화 가치 상승, 위험자산 선호 현상의 후퇴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파장은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 변화는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의 가격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금융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미국 테이퍼링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향후 대내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및 시장 참여자들이 참고할 중요한 변수 중 하나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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